"북미 핵전쟁 상상은 그만… 트럼프 대북정책 진지하게 토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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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가 "美관리들, 北핵능력 진전에만 관심있고 北의도 알려고도 안해"
"미국은 김정은이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할 능력이 없다고 믿는가?…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트럼프의 표현대로 김정은이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믿는다면, 북한과는 어떤 협상도 해볼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만다"미국의 초당적 외교정책 연구기관인 외교협회(CFR)의 외교·군사 전문가인 미카 젠코 연구원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한 6가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근본 가정에서부터 과정·절차와 목표에 대해 현실성, 논리성, 일관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핵 무장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 전망이 지난 20년 사이에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실종된 채 온갖 북미 간 핵전쟁 시나리오만 난무한다며 시동을 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압 외교의 허점을 따졌다.
젠코 연구원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에겐 이성적인 판단력을 전제로 한 '고전적 억지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대내적 폭압 정치와 주변국에 대한 위협을 든 것을 지적, 역사상 많은 지도자가 정권 유지를 위해 그런 것들에 의지했는데 그것이 비이성의 증거라는 논리는 빈약하다고 반박했다.젠코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는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도 물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말해온 것들을 보면 "도발적 위협"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더 크게는 핵 프로그램의 중단이다.
이중 도발적 위협 중단 여부는 주관적 판단 사안이고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여부는 쉽게 눈으로 확인 가능한 것이지만, 핵 프로그램 중단이라는 전제는 실현되기 불가능한 성격이라는 것이다.미국이 북한 곳곳에 있는 모든 핵 관련 장소와 능력을 완전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이 핵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한들, 누가 북한의 비밀 핵 프로그램을 검사하고, 협상이 진행 중일 때 북한이 몰래 핵 개발을 하지 않고 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검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게 정확히 무엇이냐는 3번째 물음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현 수준에서 핵 능력을 동결하면 그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동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비핵화"나 핵 프로그램의 "해체"를 관철하겠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다시 누군가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비가역적 해체를 검증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아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맡게 될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IAEA가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검증할 능력이 안 된다고 불신하는 상황에서 IAEA의 북한 핵 검증인들 믿을 것이냐고 젠코 연구원은 물었다.
그는 네 번째로, 김정은이 미국의 요구에 동의하도록 미국이 김정은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센티브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내가 국가안보회의, 국방부, 국무부 관리들 및 참모들과 대북정책에 관해 얘기해보니 그들의 관심의 95%는 북한 핵 능력의 진전에만 쏠려 있고, 김정은의 의도와 이익에 관해선 거의 아무런 생각도 없더라"고 젠코 연구원은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야만적인 독재자가 뭘 원하는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를 그에게 동조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젠코 연구원은 지적하고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상대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화는 보상"이라는 대북 대화 반대론에 대한 비판이다.
젠코 연구원은 다섯 번째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커다란 긴박감", "시한이 다 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과 관련, 해결 목표 시한을 언제쯤으로 잡고 있는지도 물었다.
실제 절박감을 느끼고 움직이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북한이 핵폭탄 1~2개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중앙정보국(CIA)이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은 하나같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묵인·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모두 하나같이 묵인·용납해왔다고 젠코 연구원은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전임자들의 그런 방치를 더 이상 묵인·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그 지금이 언제냐"고 물었다.
젠코 연구원은 마지막 질문으로, "미국 본토와 괌을 포함한 미국령, 그리고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어떠한 위협에도 어마어마한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을 가리키며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행태 변화는 정확히 무엇이냐고 물었다.북한은 이미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해왔고, 매티스 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런 말들을 한 후에도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이들의 이러한 다짐은 무의미하고 신뢰성만 잃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
"미국은 김정은이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할 능력이 없다고 믿는가?…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트럼프의 표현대로 김정은이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믿는다면, 북한과는 어떤 협상도 해볼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만다"미국의 초당적 외교정책 연구기관인 외교협회(CFR)의 외교·군사 전문가인 미카 젠코 연구원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한 6가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근본 가정에서부터 과정·절차와 목표에 대해 현실성, 논리성, 일관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핵 무장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 전망이 지난 20년 사이에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실종된 채 온갖 북미 간 핵전쟁 시나리오만 난무한다며 시동을 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압 외교의 허점을 따졌다.
젠코 연구원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에겐 이성적인 판단력을 전제로 한 '고전적 억지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대내적 폭압 정치와 주변국에 대한 위협을 든 것을 지적, 역사상 많은 지도자가 정권 유지를 위해 그런 것들에 의지했는데 그것이 비이성의 증거라는 논리는 빈약하다고 반박했다.젠코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는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도 물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말해온 것들을 보면 "도발적 위협"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더 크게는 핵 프로그램의 중단이다.
이중 도발적 위협 중단 여부는 주관적 판단 사안이고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여부는 쉽게 눈으로 확인 가능한 것이지만, 핵 프로그램 중단이라는 전제는 실현되기 불가능한 성격이라는 것이다.미국이 북한 곳곳에 있는 모든 핵 관련 장소와 능력을 완전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이 핵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한들, 누가 북한의 비밀 핵 프로그램을 검사하고, 협상이 진행 중일 때 북한이 몰래 핵 개발을 하지 않고 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검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게 정확히 무엇이냐는 3번째 물음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현 수준에서 핵 능력을 동결하면 그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동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비핵화"나 핵 프로그램의 "해체"를 관철하겠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다시 누군가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비가역적 해체를 검증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아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맡게 될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IAEA가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검증할 능력이 안 된다고 불신하는 상황에서 IAEA의 북한 핵 검증인들 믿을 것이냐고 젠코 연구원은 물었다.
그는 네 번째로, 김정은이 미국의 요구에 동의하도록 미국이 김정은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센티브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내가 국가안보회의, 국방부, 국무부 관리들 및 참모들과 대북정책에 관해 얘기해보니 그들의 관심의 95%는 북한 핵 능력의 진전에만 쏠려 있고, 김정은의 의도와 이익에 관해선 거의 아무런 생각도 없더라"고 젠코 연구원은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야만적인 독재자가 뭘 원하는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를 그에게 동조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젠코 연구원은 지적하고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상대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화는 보상"이라는 대북 대화 반대론에 대한 비판이다.
젠코 연구원은 다섯 번째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커다란 긴박감", "시한이 다 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과 관련, 해결 목표 시한을 언제쯤으로 잡고 있는지도 물었다.
실제 절박감을 느끼고 움직이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북한이 핵폭탄 1~2개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중앙정보국(CIA)이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은 하나같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묵인·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모두 하나같이 묵인·용납해왔다고 젠코 연구원은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전임자들의 그런 방치를 더 이상 묵인·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그 지금이 언제냐"고 물었다.
젠코 연구원은 마지막 질문으로, "미국 본토와 괌을 포함한 미국령, 그리고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어떠한 위협에도 어마어마한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을 가리키며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행태 변화는 정확히 무엇이냐고 물었다.북한은 이미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해왔고, 매티스 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런 말들을 한 후에도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이들의 이러한 다짐은 무의미하고 신뢰성만 잃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