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갑질' 퀄컴, 대만서도 과징금 폭탄

반독점법 위반 8700억원 맞아
대만내 단일기업으론 사상최대
대만 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에 8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공정거래위원회(공평교역위원회)는 퀄컴이 통신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과징금 234억대만달러(약 8784억원)를 부과했다. 대만 경쟁당국이 단일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퀄컴은 대만 시장에서 지난 7년 동안 300억달러(약 34조원)어치 통신칩을 판매해 로열티 13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퀄컴은 통신칩을 사려는 기업에 배타적 계약 체결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만 공정위는 2015년 2월부터 대만 휴대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퀄컴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했으며 비슷한 문제가 진행 중이던 한국에도 인력을 파견했었다.

퀄컴은 대만 경쟁당국의 이번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즉각 소송 계획을 밝혔다. 퀄컴은 성명에서 “이번에 내려진 과징금은 퀄컴이 대만에서 영업해 온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과징금 액수와 그 산정 방법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3G 및 4G 네트워크 운영에 핵심적인 기술을 가진 퀄컴은 세계 모바일기기 제조업체에 셀룰러칩과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사에 지나친 ‘갑질’을 했다는 불만이 고조돼 한국 미국 중국 등 각국 경쟁당국과 분쟁을 겪고 있다.지난해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다. 2015년엔 중국이 1조160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제소당했으며 애플과는 특허 및 가격 문제로 1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