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잊어라… '원자재 거래 허브'로 떠오른 상하이

브렉시트 여파·정부 육성책 수혜

4년간 거래 규모 세 배 급증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세계 금속류 원자재 거래의 무게중심이 런던에서 상하이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3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원자재 거래 규모는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금속 상품 거래 규모는 2014~2016년 사이 12% 감소했다. 올 들어서는 거래 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LME는 오랜 기간 세계 원자재 거래 허브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이후 위상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다. SHFE는 중국 내 풍부한 원자재 수요와 중국 정부의 선물시장 육성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WSJ는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 비중이 늘면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13일 중국의 7월 산업생산·고정자산투자 및 부동산 거래 관련 지표가 발표됐다. 모두 전달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SHFE에서 구리·알루미늄·니켈 등의 선물 가격은 8월 말까지 줄곧 상승 랠리를 펼쳤다. 다니엘 브리스만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호재는 원자재 관련 선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악재는 무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왜곡 현상의 원인을 LME와 SHFE의 투자자 구성 차이에서 찾고 있다. LME는 전통적으로 원자재 현물 거래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려는 기관투자가 비중이 높다. 이에 비해 SHFE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품 규제에 나서고, 중국 증시가 보합세를 이어가자 중국 내 투기 세력이 원자재 선물 시장으로 대거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