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표 임일순… 업계 첫 여성 CEO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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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깬 임 사장, 글로벌기업 3곳서 CFO 거쳐홈플러스가 국내 유통사 중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유통회사에서 전문경영인 여성 CEO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현, 1년 만에 흑자전환 이끌고 부회장 승진
홈플러스는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는 임일순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기존에 대표를 맡았던 김상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작년 초 홈플러스 대표에 취임한 김 부회장은 1년10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과 대외사업 협력 업무를 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경영 전반과 운영, 영업 등은 임 신임 사장이 챙긴다.홈플러스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했다”며 “김 부회장이 큰 그림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임 사장은 사업 현안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사관학교’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 P&G 출신인 김 부회장이 마케팅 전문가인 데 비해 임 사장은 ‘재무통’이다. 1964년생인 임 사장은 1987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컴팩코리아에 입사했다. 이후 코스트코홀세일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바이더웨이 CFO, 호주 엑스고그룹 CFO 등 주로 글로벌 기업에서 재무 분야 임원을 지냈다. 2015년 11월에 홈플러스로 자리를 옮겨서도 첫 보직이 재무부문장이었다.임 사장은 김 부회장과 함께 적자 상태에 있었던 홈플러스를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아 대주주 MBK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2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영업손실은 2490억원에 달했다. 임 사장은 김 부회장이 주도한 전사적 ‘체질개선 작업’을 잘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도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이고 매장의 공간 구조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또 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조직을 안정시키고, 부문별 책임 경영을 강화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 사장이 지난 2년간 안정된 리더십을 보여줬으며 조직 구성원 간 화합도 이끌어내 새로운 CEO로 낙점받았다”고 말했다.임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최초의 여성 CEO가 돼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깼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등 오너를 제외하고 주요 유통기업 중 CEO가 여성인 곳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임 사장의 이번 대표 선임으로 여성 인력이 유독 많은 유통업계에 여성 임원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