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윤종용-2017년 권오현… 퇴진 선언 '닮은꼴'

공학도 출신 최고위 전문경영자·'총수 공백' 중 사퇴 등 유사
'연봉 킹' 기록에 "후배에게 기회" 용퇴 메시지도 거의 비슷
삼성그룹 '총수 대행' 역할을 해온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10년 전 퇴진한 윤종용 전 부회장이 새삼 화제에 오르고 있다.두 사람의 출신과 경력, 사퇴 시점의 주변 상황, 퇴진 메시지 등이 절묘하게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용퇴 결단을 내리면서 '선배'인 윤 전 부회장의 전례를 참고삼은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이를 토대로 향후 인사나 조직 개편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윤 전 부회장과 권 부회장은 각각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전기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으로, 오랜 엔지니어 경력을 발판 삼아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사실상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이 같다.윤 전 부회장은 국내 최초로 VCR 개발에 성공했고, 권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개발을 주도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IT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공통점이다.

지난 2008년 윤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내놨을 때 삼성전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룹이 '총수 공백' 사태에 빠진 상태였다.

권 부회장도 이 회장의 오랜 와병에 이재용 부회장마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후 '총수 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사퇴 선언을 했다.퇴진 당시 나이도 윤 전 부회장과 권 부회장이 각각 64세, 65세로 거의 비슷하고, 직책도 '대표이사 부회장'이며, 여러 대표이사 가운데 최고 연장자였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윤 전 부회장이 물러났을 당시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에서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권 부회장은 사퇴 메시지도 10년 전 '선배'와 거의 비슷하게 내놨다.

삼성전자는 2008년 5월 사장단 인사 발표를 하면서 "윤종용 부회장은 그동안에도 언제가 물러날 적기인가를 생각해왔다고 말해왔다"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자신부터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의 용단"이라고 설명했었다.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면서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 할 때"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당대 최고 소득의 월급쟁이로, 이른바 '연봉 킹'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같은 기록을 갖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67억원의 연봉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급여와 상여금, 일회성 특별상여 등을 합쳐 139억8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료 산출을 위해 집계한 표준 보수를 기준으로 21억1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이건희 회장(10억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7억7천만원) 등 재벌 총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삼성전자는 윤 전 부회장이 물러난 이듬해인 2009년 1월 조직개편을 통해 4개 사업(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반도체·LCD) 총괄 체제에서 2개 부문(DMC부문·DS부문) 체제로 변경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