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년' 강성훈, 한국 선수중 우승 가능성 가장 높아

더CJ컵나인브릿지 대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다. 총상금이 925만달러,우승상금이 166만달러(약 19억원)다. 4개의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챔피언십,4개의 WGC(월드골프챔피언십) 등 9개 대회를 제외하면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우승 한 번이면 상금랭킹 상위권으로 한꺼번에 줄달음칠 수 있는 기회다. 이 ‘잭팟’을 놓고 한국 선수 17명을 포함해 78명의 초청선수들이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룬다.

PGA 투어 사무국 측은 ‘파워랭킹’ 분석을 통해 출전 선수들 가운데 투어 통산 1승의 토니 피나우(미국)를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예상했다. 출전 선수 중 최근 기량에 물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고른 성적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PGA 측은 “피나우는 2017-2018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오픈을 준우승으로 장식했고, 앞서 지난 시즌 마지막 2개 대회인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도 모두 공동 7위에 오르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며 “자신감과 편안함을 무기로 처음 겪는 코스라는 약점을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피나우는 대표적인 PGA 투어 장타자다. 지난 시즌 309야드를 날려 PGA 투어 장타 서열 10위에 올랐고, 2017-2018시즌 초반인 지금도 316야드로 16위를 달리고 있다. 쇼트게임까지 빛을 발할 경우 가장 무서운 우승후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위에는 ‘1000만달러의 사나이’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올랐다. 토머스는 지난 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클래식 대회에서 공동 17위에 올라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서적표를 받아들었다. 그에게 붙은 ‘슬로우 스타터’라는 별칭 그대로다. 이는 최근 치른 6개 대회 가운데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성적.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대회 이후에 깜짝 우승을 하는 등 빠른 기량회복 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게 투어의 평가다. 토머스는 지난 시즌 5승을 올려 투어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장식했다.

빠른 회복력과 위기 극복능력 등을 꼽아 폴 케이시(영국)를 세 번째 우승 후보로 꼽았다. 때로는 한 없이 자신만의 경기에 빠져들어 성적이 들쭉날쭉한 게 흠이지만, 성적을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PGA는 “첫 대회인 CIMB클래식 1라운드를 77타로 시작했지만,결국 2라운드 9언더파,3라운드 3언더파,4라운드 7언더파를 몰아쳐 순위를 공동 7위까지 끌어올리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그를 최상위권에 올려놓은 이유를 설명했다.PGA 측은 지난주 CIMB클래식 챔피언인 팻 페레즈(미국)를 4위에,같은 대회에서 3위에 오른 잔더 셔펠레(미국)를 5위에 올려 놓았다.

국내 투어(KPGA)에서 뛰는 5명을 비롯해 총 17명이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는 강성훈(31)을 우승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았다. 파워랭킹 14위다.

PGA는 “직전 대회인 CIMB클래식에서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샷감이 물오른 상태”라며“특히 고향인 서울(제주의 오기인 듯)에서 이 샷감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날 대회장을 둘러 본 외국 기자들은 ‘쌀쌀해진 날씨’를 경기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LA에서 온 한 기자는 “체감온도가 몇시간 사이에도 6~7도씩 오르내릴 정도로 쌀쌀하다”며“지금까지 반팔을 주로 입어온 선수들에게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한 최경주는 ‘한라산 브레이크’를 변수로 꼽았다. 그는 “그린에서 오르막 내리막이 헷갈리는 게 분명 있다”며“이런 착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필리핀 동쪽 먼 바다에서 북상 중인 제21호 태풍 ‘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란은 토요일과 일요일께 서귀포 인근과 대회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남해 먼바다와 제주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서귀포=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