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2·3심도 보이콧할 수도"… '추가 구속 부적절' 논란도 확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보이콧' 이후

국선변호인 선임하더라도 사건자료 10만쪽 검토 쉽지 않아
기업인 등 선고 결과에 따라 향후 재판 보이콧 수위 정할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선언이 1심을 넘어 2·3심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행이 길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 관계자는 17일 “재판부에 대한 신뢰 상실과 무력감을 볼 때 이대로라면 2·3심도 보이콧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재판부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만큼 형량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적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이 다른 피고인에 대한 법원 결정이나 선고 내용에 따라 향후 항소심 등에서의 보이콧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앞서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전원 사퇴하면서 재판은 파행을 예고했다.

보이콧 결정의 배경이 된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법조계의 비판적 시각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중 구속 청구는 법리적으로만 보면 기각이 타당하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라며 “재판부가 정치적 고려를 앞세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 4회 재판 등을 강행한 탓에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컸던 데다 영장 재발부로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1심도 장기 파행이 불가피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우선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재판부로부터 지명받은 국선 변호인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재판부 허락을 받아 선임을 거부할 수 있다. 선정이 끝나면 변호인은 자료 검토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재판 기록이 10만 쪽에 달하는 게 문제다. 한 명의 국선 변호인이 하루에 1000장씩 100일을 봐야 해서다.법원 행보가 좀 더 신중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이 사법부 신뢰를 전면 부정한 만큼 무작정 재판의 결론을 내기엔 상당한 부담이 생긴 상황이다. 한 현직 판사는 “재판이 끝나도 숱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사법부 신뢰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