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시장 '팽팽'한 기싸움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
경쟁적으로 생산 늘리고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

생존경쟁이 시작됐다
보톡스 균주·기술도용 놓고 메디톡스·대웅제약 '법정 다툼'
휴온스 등 후발주자 시장 가세

국내는 레드오션…해외로
대웅제약 '나보타' 2018년 미국 공략
메디톡스, 2019년 중국 진출 준비
휴젤, 미국·유럽서 임상3상 진행
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앞다퉈 증설에 나서고 있는 데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가격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주름개선 치료제 보툴리눔톡신의 원료인 균주 도용을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법정 다툼도 점입가경이다.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인 데 이어 국내에서도 법정 다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5조원대 규모인 세계 보툴리눔톡신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설 경쟁 점입가경국내 빅3 보툴리눔톡신 업체인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은 경쟁적으로 생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공장 생산 제품에 대한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다. 생산능력이 연간 120만 바이알(병)에서 1020만 바이알로 커져 생산 규모에서 국내 1위에 올라섰다. 기존 1위였던 휴젤(322만 바이알)도 내년 초 2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572만 바이알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지난달 말 식약처에서 보툴리눔톡신 제품인 ‘나보타’ 생산 승인을 받았다. 생산능력이 50만 바이알에서 500만 바이알로 10배로 커지면서 휴젤을 제치고 2위가 됐다.

생산물량 확대는 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8월 가격을 내려 내수시장 확대에 나섰다. 기존보다 20% 이상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휴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메디톡스는 그동안 공급물량 부족 탓에 내수시장보다는 수익이 좋은 수출에 주력해왔다.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4년 전 바이알(100유닛 기준)당 5만원대이던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병원 납품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후발 주자들도 국내 시장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휴온스는 ‘휴톡스’의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필러업체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보툴리눔톡신 사업을 하는 바이오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다.

미국 이어 국내서도 소송 채비

국내 업체 간 경쟁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메디톡스는 조만간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기술 등을 훔쳐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지식재산권 반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문제를 한국에서 먼저 다루라고 판결했다.두 업체 간 법정 다툼은 해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생존 경쟁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시장의 포화로 이제 해외 진출에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을 출시해 국내 시장을 주도해왔다. 대웅제약은 2014년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균주 도용 논란을 겪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공략 본격화

메디톡스는 2013년 미국 엘러간에 차세대 보툴리눔톡신인 ‘이노톡스’를 기술수출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임상 3상이 시작되지 않는 등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사이 대웅제약이 치고 올라왔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나보타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내년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중국 임상 3상을 끝내고 2019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휴젤은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현재 메디톡스는 31개국, 휴젤은 2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보툴리눔톡신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유럽 중국은 아직 미개척지다. 보툴리눔톡신 보톡스를 세계에서 처음 출시한 엘러간이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모두 합해 3% 수준이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 규모는 8억6300만달러(약 9760억원), 유럽은 3억1400만달러(약 3550억원)였다. 한국은 850억원대로 추정된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