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 서민 단국대 교수 "베스트셀러 무조건 읽자? 차라리 재밌는 책 골라라"

서민 독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1년간 종이책을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은 2007년 76.7%에서 2015년 65.3%로 떨어졌다. 성인 중 34.7%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점점 낮아지는 독서율에 급기야 “책을 읽자”고 권유하는 책까지 나왔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사진)가 쓴 《서민 독서》(을유문화사)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개인의 경험을 접목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왜 이런 책을 냈냐고 물었더니 “난 책 만능주의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별다른 꿈 없이 살다가 서른 즈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달라졌어요. 분노하는 법을 알게 됐고,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읽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요.”

서 교수는 “요즘 세대는 책을 등한시하면서 무언가를 집중해서 읽는 능력이나 글을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보니 심도 있는 토론도 쉽지 않게 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넷 난독증’도 ‘책 안 읽는 사회’의 부작용 중 하나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본문을 대충 읽게 되면서 글을 사유하며 읽는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서 교수가 책에서 든 사례는 “하정우, 뺑소니에 치인 후 200m 추격 ‘맨 손으로 제압’”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기사는 차 한 대가 배우 하정우를 치고 도망간 이후 하정우가 쫓아가 잡았다는 얘기인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하정우는 그 사람한테 도주하다 잡혔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앞으론 자숙 좀 하셔야 할 듯’ 등의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베스트셀러 열풍도 그다지 반갑지 않다. 세계적 문학상이나 하버드대 교수의 권위 등으로 인해 몇십만 부씩 팔렸지만 정작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세계관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명 상을 받았다고, 미국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해서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팔린 거죠. 안 읽으면 무식한 사람이란 소리 들을까봐요. 자신을 위한 책을 고르는 기준이 없다는 방증입니다.”서 교수는 ‘나에게 필요한 책과 필요하지 않은 책’을 어떻게 구분할까. 답은 간단했다. ‘재미’다. 책을 읽는 게 고통스러워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청소년에게 ‘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받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줄곧 추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아직 없는 아이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해요. 꽤 재밌는 책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해서 많이 추천해줍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