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레이 "한국에 1兆 투자"

"국내외 기업환경 녹록지 않은데…"
일본 도레이의 통 큰 그린필드 투자

"한국 우수한 인재 많아…고부가제품 생산 늘려"
2020년까지 일자리 500개 창출
닛카쿠 아키히로 일본 도레이그룹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이영관 한국도레이 회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사업 투자 확대와 사회공헌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레이 제공
일본 도레이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 등 한국도레이그룹이 2020년까지 한국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으로 기업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모처럼 발표된 대규모 ‘그린필드(공장 사업장 등)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투자로 500개가량의 일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닛카쿠 아키히로 일본 도레이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이영관 한국도레이 회장은 19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0년까지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2차전지 배터리 분리막 증설에 1조원을 투자해 한국도레이그룹을 매출 5조원의 기업집단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도레이첨단소재가 지난해 10월 경북 구미에 4250억원을 들여 탄소섬유 복합재료 공장을 착공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닛카쿠 CEO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도레이는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보다는 우수한 인재가 많은 곳에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며 “한국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전자·자동차 부문 글로벌 기업이 포진해 있어 이들과의 협력을 위해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우선 구미공장 스펀본드 부직포 사업에 1150억원을 투자한다. 폴리프로필렌(PP)을 원료로 사용하는 스펀본드 부직포는 기저귀와 의료용 가운·마스크에 쓰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구미 국가 5산업단지에 4공장을 착공했고 스펀본드 부직포 6호기 증설 공사를 하고 있다. 내년 증설이 끝나면 연간 6만4000t의 스펀본드 부직포를 생산할 전망이다.도레이첨단소재는 또 1000억원을 들여 전북 군산 새만금산업단지 내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수지 공장 증설에 나선다. PPS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의료기기의 금속 소재를 대체하는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소재다. 금속보다 가벼워 전기자동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이영관 회장은 “외국인투자지역에 들어선 군산공장은 부지 제공과 국세,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가 많아 생산 여건이 좋은 편”이라며 “정부에서 최근 군산항 개발 등 인프라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는 2차전지 분리막과 분리막 코팅 등을 생산하는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코리아(TBSK)와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코팅코리아(TBCK)도 경북 구미와 충북 오창공장 증설에 5500억원을 투자한다. 또 평판 디스플레이 부품을 제조하는 스템코가 반도체 칩을 얇은 필름 형태의 인쇄회로기판(PCB)에 장착하는 COF 분야 등 오창공장 신제품 개발에 235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도레이는 한국 내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하기로 했다. 도레이첨단소재 등 4개 제조 계열사가 경상이익의 1%를 출연해 기초과학 분야 연구를 지원하는 공익재단인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을 연내 설립한다. 임직원이 참여하는 ‘한국도레이사회봉사단’도 발족시키기로 했다.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최고경영자(CEO)는 “한국도레이는 단기적인 이윤 추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산업 진흥과 수출 확대, 기술 향상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1926년 문을 연 도레이는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소재기업이다. 미국 보잉 항공기에 탄소섬유를, 유니클로엔 발열내의 히트텍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도레이와 한국의 인연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레이는 한국나일롱(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나일론 기술을 전수했다. 1972년 삼성그룹이 옛 제일합섬(현 도레이케미칼)을 세울 때 지분 34%를 투자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도레이는 한국에 도레이첨단소재와 도레이케미칼, 스템코 등 7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도레이 한국 법인 매출은 지난해 2조8000억원으로 도레이 그룹 전체 매출 20조3170억원의 14%를 차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