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야드 '괴력의 장타' 뽐낸 토머스… '이글 이글' 불타오르다

CJ컵나인브릿지 첫날

'이글 두 방' 무력 시위…9언더파 몰아쳐 3타 차 선두
뒷바람 타고 파5홀 2온 안착…'공격 골프' 진수 선보여
김민휘 4언더파·'맏형' 최경주 3언더파 상위권 '선전'
저스틴 토머스가 19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투어 CJ컵나인브릿지 1라운드 4번 홀에서 강력한 아이언 티샷을 하고 있다. 토머스는 이날 정확한 페어웨이 공략을 위해 드라이버는 물론 우드와 아이언 등 다양한 클럽으로 티샷을 했다. 연합뉴스
“바람까지 도와줬다. 날씨만 좋다면 계속 공격적으로 치겠다.”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월드클래스’ 장타가 불을 뿜었다. 19일 개막한 국내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CJ컵나인브릿지에서다.토머스는 이날 제주 서귀포의 클럽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이글 2개,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9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체즈 레비(미국), 개빈 카일 그린(미국) 등 5명의 2위 그룹이 6언더파로 토머스를 뒤쫓았다.

이글 쇼 작렬…“차원 다른 샷” 갤러리 환호

지난 8월 군에서 제대한 배상문(31), 최근 상승세인 팻 페레즈(미국)와 한 조로 묶인 토머스는 첫 홀에서 보기를 내주며 다소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페덱스컵 챔피언에 오르며 ‘1000만달러 사나이’ 타이틀을 차지한 ‘1인자’의 흔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두 번째 홀을 파로 잘 막아 분위기를 다진 그는 세 번째 홀인 12번 홀(파5·598야드)에서 2온 1퍼트로 4m짜리 첫 이글을 잡아내며 분위기 반전을 예고했다. 이어 14번 홀(파4·353야드)에서는 1온에 성공한 뒤 2퍼트 버디를 잡아냈고, 15번(파4), 16번(파4) 홀에서는 두 홀 모두 웨지 칩샷을 굴려 버디를 뽑아내는 등 15~17번 홀까지 네 홀 연속 버디를 솎아내 갤러리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특히 그는 까다로운 아일랜드 홀인 18번 홀(파5·568야드)에서도 300야드가 넘는 티샷 장타를 앞세워 2온에 성공해 두 번째 이글을 수확했다. 두 번째 아이언샷이 홀 옆 80㎝에 붙을 정도로 샷감이 정교했다. 후반 그는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더 줄였다.

350야드 장타 펑펑…파5에서만 6타 줄여토머스는 전날 “바람이 불지만 않는다면 최소 16언더파 이상을 쳐야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운드당 4~5언더파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자신만의 직감이었다. 페어웨이가 넓고 그린이 부드러운 데다 전장이 비교적 짧다는 이유에서다.

화창하게 갠 이날 토머스는 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자 전날 예상보다 더 손쉽게 코스를 요리했다. 공격적 플레이가 먹혔다. 파5 홀에서는 적극적으로 2온을 시도해 4개 홀에서만 6타를 줄였다. 짧은 파4인 8번, 14번 홀에서는 모두 1온을 시도해 1타를 덜었다. 뒷바람을 탄 드라이버 티샷은 350야드 까지 날아갔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뒷바람이 잘 불어줘 대다수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웨지로 할 수 있었다”며 “처음 겪는 코스라는 점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통산 6승을 기록 중인 토머스는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다. 지난 1월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 1라운드에서는 꿈의 59타를 치며 역대 8번째로 ‘미스터 59’에 올랐다. 당시 그는 72홀 역대 최연소 최소타인 27언더파로 대회 트로피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엔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국내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이슨 데이는 18번 홀 더블 보기에도 후반에 3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뒷심을 발휘한 끝에 4언더파 공동 12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애덤 스콧은 버디 4개, 보기 4개를 맞바꿔 이븐파 공동 51위다.

4언더파 김민휘, 선두 진입 가시권

17명의 한국 선수 중에는 이글 두 방을 터뜨린 김민휘(25)가 4언더파 공동 12위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맏형 최경주(47·SK텔레콤)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공동 20위로 상위권 진입 가능성을 열어놨다.김시우(22·CJ대한통운)와 김경태(31·신한금융그룹)가 2언더파 공동 30위. 토머스와 같은 조로 출발한 배상문은 버디 4개, 보기 3개로 1언더파 공동 38위다. 배상문은 함께 경기한 토머스에 대해 “정교함과 장타를 동시에 갖춘 월드클래스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고 평했다. 커트 탈락 없이 4라운드까지 치르는 이번 대회는 꼴찌에게도 1만7020달러(약 1926만원)의 상금을 준다.

서귀포=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