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시선집중! 이 사람]"보쉬, 전동드릴만 아시나요?"-스티먼 보쉬시큐리티 부사장

윌프레드 스티먼 보쉬시큐리티시스템즈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인터뷰
"한국 소비자, 요구 많고 참여도 높아…기술 트렌드 읽는 최고 시장"
윌프레드 스티먼 보쉬시큐리티시스템즈 부사장
"압니다. 한국에서는 전동드릴이나 자동차 부품 회사 정도로만 알고 있는 거요."

아시아·태평양을 총괄하고 있는 윌프레드 스티먼 보쉬 시큐리티시스템즈 부사장. 한국에 일년에 두 번가량 온다는 그를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론칭 행사장에서 만났다.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개인적인 얘기까지 독일식 유머를 나름대로 곁들이면서 스티먼 부사장은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튼튼한 부품 만드는 독일회사 정도로만 알고 있는 보쉬(BOSCH). 좀 더 안다면 가전제품 정도였을 것이다. 보쉬의 주요 사업부인 보쉬 시큐리티시스템즈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업분야는 보안, 안전,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스피커, CCTV, 회의시스템 등을 판매한다.

오디오 업계에는 일렉트로보이스(Electro-Voice)', '다이나코드(Dynacord)' 등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브랜드의 역사만해도 각각 90년, 70년씩 되는 장수 브랜드다. 2006년 보쉬가 텔렉스 그룹을 인수하면서 사업부를 넘겨받게 됐다. 생산되는 파워앰프나 스피커들은 대형 경기장을 비롯해 공연장, 레스토랑, 교회 등까지 폭넓게 설치된다.

보쉬는 전문 스피커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 다음으로 세계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 꼽히는 강자지만, 최근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개인스피커를 내놓지 않고 있다보니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윌프레드 스티먼 보쉬시큐리티시스템즈 부사장
스티먼 부사장도 이점에 공감했다. 그는 "하만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보니 개인 부분에서 성장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프로 오디오의 성능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하만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삼성의 하만 인수는 나름 충격적이었다"며 "시장 내에서 이전까지 달라진 전략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언제나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시장경쟁자 '하만', 삼성전자 인수 후 큰 변화 없어

보쉬 시큐리티시스템즈는 제품의 제품군을 낮은 가격으로 확대하면서 제품을 내놓기 보다는 기존의 제품을 최적화하면서 고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쪽이다. 실제 이날 선보인 제품들 중 막대기 형태의 포터블 스피커인 'EVOLVE 50'가 눈에 띄었다. 모바일 애플리게이션을 통해 무선 구성, 제어 및 모니터링을 할 수 있고 모바일 디제잉, 라이브 음악, 렌탈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행사에는 국내 소비자들 100여명이 참석했고 인디밴드를 초청해 직접 공연을 보면서 신제품을 소개했다.체험형 행사인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소비자들은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 들이는 얼리어답터 특성이 있다"며 "제품 경험에 대해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공유하고 소통하는 참여형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2001년부터 3년간 한국지사에 근무했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행사 중간중간 고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이나 직원들의 빠른 대응을 보면서 '역시 한국스타일(Korean style)'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쉬시큐리티시스템즈가 내놓은 스피커 신제품
스티먼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최고의 IT(정보기술), IP(인터넷프로토콜) 환경을 갖췄고 최신 기술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높다"며 "오히려 고객들의 요구를 보고 기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이러한 대표적인 시장이 보쉬의 또다른 주요 사업인 보안시장이다. 한국은 CCTV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은데다 최근에는 고해상도에 대한 교체 수요도 많다는 것. 가정용 CCTV(IP카메라) 시장도 늘고 있다보니 중요하다는 트렌트를 볼 수 있다는 게 스티먼 부사장의 얘기다.

◆한국 보안시장, 성장성 만큼 경쟁심화…"개방형 발전만큼 보안도 중요"

최근 보안 산업은 기존의 폐쇄회로인 CCTV(단독 영상 감시)에서 인터넷 기반의 클라우드 등 네트워크 개방형 IT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영상 자체의 보안 위협 문제가 발생하면서 (영상)데이터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시장에서의 보안 분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비디오 보안 시스템 공급 업체와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했다"며 "예전에는 고품질인 하이엔드(high-end) 시장에 집중해왔다면 중간정도인 미드레인지(mid range) 시장을 공략하고 IP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윌프레드 스티먼 보쉬시큐리티시스템즈 부사장
보쉬는 CCTV 중심의 시큐리티 부문과 나머지 침입감지, 출입통제와 소방 등의 분야로 나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IT서비스 전문기업인 코오롱베니트와의 비디오 시큐리티 사업 총판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유통채널은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공격적인 행보만큼이나 서비스 부분도 궁금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 특성에서 비롯된 보쉬 그룹의 철저한 품질관리는 보쉬 보안제품 생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5개 지역의 생산공장에서 모든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고 보쉬 시큐리티 모든 제품군에 대해 구입 후 3년까지 무상 보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쉬 시큐리티 시스템즈는 2015년 기준으로 총 17억 유로(약 2조27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1만3000원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한국에서 보쉬는 자동차 부품 및 애프터마켓, 산업자동화 및 모바일 기계제품, 전동공구, 시큐리티시스템즈 등의 사업부를 두고 있다. 2016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국내 매출액은 2조3000억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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