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사각 외국계] "가구전문점? 쇼핑몰 못지않네"… 이케아 가보니

가구전문점이라서 영업제한 안 받는 고양점, 첫 주말 '인산인해'
"외국계 규제 제외는 불공평" vs "소비자 위해 의무휴업 없애야"

"가구만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직접 와보니 여느 쇼핑몰 못지않네요."21일 이케아 고양점에서 만난 이 모(46·여) 씨는 각종 소품으로 가득 채운 대형 이케아 쇼핑백을 열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둘러보니 인테리어 소품이나 주방용품 등이 다양해 하나씩 집었더니 어느새 쇼핑백이 다 찼다"며 "이 안에서 쇼핑하고 식사도 할 수 있고 볼거리도 많아 종종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개장 후 첫 주말을 맞은 이케아 고양점에는 영업이 개시된 오전 10시부터 일찌감치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이케아 건물 주변 일대는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고, 아예 주차장 진입을 포기한 채 인근 도로변에 불법 주차를 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이케아 내에 있는 레스토랑에는 주문 대기 줄만 어림잡아 150∼200여 명에 달하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케아 관계자는 "회사 내부 규정상 방문객 수를 일일 단위로 공개하지 않는다"면서도 "광명점의 경우 주말 하루평균 3만 명이 방문하는데 고양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 고양점에서는 가구뿐만 아니라 침구류, 식기류, 욕실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다.

신선식품 등 일부 품목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백화점, 마트와 흡사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이 이미 규제 대상이거나 규제 대상이 될 예정이어서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지만 이케아는 전문매장으로 분류돼 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이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케아 측은 '홈퍼니싱'이라는 특정 분야에 특화돼있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직접 이케아를 방문한 시민 상당수는 규제 강화에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피 모(32) 씨는 "나는 가구를 사러 온 게 아니라 쇼핑몰 구경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나들이 겸 왔다"며 "유명 쇼핑몰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이케아만 규제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은 불공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 모(58) 씨는 "이케아가 이곳에 들어서면서 당장 인근의 가구 단지들은 아마 큰 타격을 볼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유통규제가 일괄 적용돼야 골목상권 보호라는 규제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중에는 의무휴업 등 과도한 유통규제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므로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배 모(56·여) 씨는 "하루 문 닫는다고 해서 굳이 일반 가구 단지나 전통 시장을 가진 않을 것 같은데 왜 의무휴업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규제를 다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최 모(38) 씨도 "대형 쇼핑몰을 선호하는 건 전통 상권에 비해 쾌적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좋기 때문"이라며 "억지로 하루 쉬는 것보단 시설 현대화나 품질 향상 등을 지원해주는 게 전통 상권에 더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