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망연자실 "중국에 기술 팔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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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로드맵' 경제적 손실 논란정부가 24일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선언과 함께 탈(脫)원전 정책을 고수하자 관련 기업들은 “수십 년간 매달려온 원전 사업을 접고 업종을 전환해야 할 것 같다”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특히 “그동안 정부만 믿고 수십 년간 원전 핵심 기술 국산화에 앞장섰는데 무책임하게 정책을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며 정부를 성토했다. 한 원전 관련 부품업체 대표는 “솔직히 중국에 회사와 기술을 통째로 팔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소 2년치 '일감 공백' 생겨
"탈원전 탓에 대출 회수 당할 판"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됐지만 관련 부품 공급은 내년이면 마무리된다며 신규 원전 백지화에 따른 ‘일감 공백’ 충격을 우려했다. 정부가 2022~2023년 준공 예정이던 신한울 원전 3·4호기와 2026~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 천지 원전 1·2호기 등 신규 원전을 짓지 않기로 하면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서 다음 일감이 나올 때(2020~2035년)까지 적어도 2년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원자로 제어봉 조절장치의 80~90%를 담당하는 영진테크윈의 강성현 사장은 “향후 2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며 “업종을 전환하지 않으면 회사가 어려워지는데, 그렇다고 인재를 내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원전 관련 기자재를 만드는 두산중공업, 효성을 비롯해 원전 건설을 맡아온 현대건설, 삼성건설 등 대기업은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당수 문 닫을 위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업체는 정부가 유동성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 업체 사장은 “최근 은행에서 대출금리를 올리겠다고 통보했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은행마저 대출금 회수에 나설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을 한순간 잃게 돼 중국 등 원전 후발국에 추격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정부는 원전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구축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지원해왔다. 원전 설계 핵심 코드와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원전 3대 핵심 기술 국산화에 현재까지 5000억원 넘게 쏟아부은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원전 제어시스템업체인 우리기술의 서상민 전무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수천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핵심 기술을 개발했는데, 정부의 성급한 ‘탈원전 선언’으로 이를 모두 버리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