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빚 194조 부실 가능성…서민·취약계층 상환능력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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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가계부채·부동산대책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은 ‘소득주도성장’이다. 대기업 주도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체적으로 퍼지는 낙수효과 대신 서민·중산층의 소득을 두텁게 하는 분수효과를 키우는 게 핵심이다.
"2021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 연 8.2%로 낮춰"
당근·채찍 동시에 꺼낸 정부
서민층 금융 지원 늘리고 투기수요 차단…빚 증가세 억제
전문가 의견은 엇갈려
소득 등 차주별 상황 맞춘 대책
가계부채 증가 속도 늦춰질 것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만 초점
소비 위축돼 경기 악영향 우려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가계부채다. 천문학적인 부채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10·24 대책은 시한폭탄과 같은 가계부채 해법을 찾고, 정부의 경제철학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려 빚 갚을 능력을 키우고, 투기수요를 차단해 부채 증가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린다. 부채 증가속도를 늦출 것이란 평가와 소비위축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0·24 대책 무슨 내용 담았나
정부는 이날 대책을 통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냈다. ‘당근’은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인 ‘해내리 대출’을 내놓기로 했으며,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이용자들이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도 연말께 내놓을 방침이다.이 같은 지원책은 서민·취약계층의 빚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에서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빚이 있는 1089만8000가구(부채 1343조원) 가운데 상환능력이 충분한 가구는 746만 가구(68.4%)에 불과했다. 313만 가구(부채 525조원)는 소득이 적지만 상환능력이 대체로 양호했다. 하지만 32만 가구(부채 94조원)는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고위험 부실가구로 분석됐다. 부실가구의 가구당 소득은 연 평균 4100만원, 부채는 가구당 2억9000만원이었다.
게다가 이미 상환이 어려운 부채만 100조원으로 추정됐다. 몇 가구인지는 추정도 안된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이를 합할 경우 상환이 어려운 가계 빚만 194조원에 달한다.
8·2대책보다 강도 높은 ‘채찍’도 내놨다. 정부는 올 들어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집을 한 채 이상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여러 채의 집을 사고, 그 영향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내년 1월부터 도입해 다주택자가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걸 막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대한 보증도 줄여 분양 과열을 막기로 했다.이 같은 대책을 통해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치솟았던 가계부채 증가율을 과거 10년(2005~2014년) 평균 증가율인 8.2% 이내로 낮출 계획이다. 기간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다.
◆엇갈리는 평가
10·24 대책의 ‘약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차주별 상황에 맞춘 대책을 통해 급격한 돈줄 죄기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주별로 대책을 마련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번 대책으로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도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실질적인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회복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소비 위축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춰 비슷한 가계부채 대책을 반복해서 내놓다보니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관련 종사자의 생계자금이나 사업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수차례 나왔던 가계부채 대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태명/김은정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