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오골계 큰 손, 이번엔 토종닭 전도사로 나섰다

김연수 소래영농조합법인 대표

'치킨게임' 대신 틈새 공략
광주서 38만원 들고 상경
축산기업들 토종닭에 손대자
아무도 안 하던 오골계 사육 도전
연 70만마리 파는 국내 1위 업체로

가성비 갑(甲) 토종닭 치킨에 도전
17년 연구 끝에 신품종 내놔
오골계·토종닭 가공식품도 출시
육계만큼 저렴한 토종닭 개발 꿈
“파주에서 서울 가는 첫차가 새벽 4시 반쯤 있었어요. 큰 가방에 오골계 20여 마리를 넣고 그 차를 타는 거예요. 서울에 있는 식당이 셔터를 올리기 전에 식당 앞에 도착해 오골계를 문 앞에 놓고 돌아왔습니다. 당시엔 차 한 대 살 돈도 없었거든요.”(김연수 소래영농조합법인 대표)

70만 마리. 김연수 대표(71)가 작년에 판매한 오골계 마릿수다. 국내 연간 오골계 소비량이 120만 마리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의 오골계 농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국내 1위 오골계 기업 소래영농조합법인(이하 소래)을 일군 김 대표는 보양식으로 여겨지던 오골계를 일반 식품 시장에 소개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소래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장 원동력은 대기업의 공세를 극복하기 위한 차별화 노력이었다”고 했다.오골계를 선택한 까닭

김 대표는 1980년 고향 광주광역시에서 38만원을 들고 상경했다. 육계와 오리를 키우던 그는 사업 확장을 위해 수도권 이전을 단행했다. “서울 땅값은 너무 비쌌어요. 경기 시흥 소래읍에 정착해 회사 이름을 소래축산으로 지었죠.”

시장에서 병아리를 사와 닭으로 키워 파는 게 시작이었다. 기술도 많이 필요 없고 열심히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토종닭을 판매하며 사업을 조금씩 키워갈 무렵 대형 축산기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토종닭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 소래에서 파주로 계사(닭 사육장)를 이전하고 본사는 고양 벽제동으로 옮겼다. “대기업이 손을 대기 시작하니까 가격에서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당시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1995년 김 대표는 오골계 사육에 도전했다. 당시 오골계는 약 취급을 받았다. 몸에 좋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식당에서 먹거리로 팔리지는 않았다. “시장성이 없어서 대기업이 하지 않는 게 오골계였어요.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틈새를 파고든 거죠.”

김 대표가 새벽 첫차를 타기 시작한 게 이 무렵이다. 김 대표는 식당 주인들을 설득했다. 영양 성분을 중심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토종닭보다 육질이 더 쫄깃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루 고작 20마리 파는데도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17년 만에 신품종 공식 인정오골계 판매가 늘어나면서 회사 경영은 안정됐다. 그는 새 도전에 나섰다. 품종이었다. 소래만의 품종을 만들어 종계 단계부터 차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골계와 토종닭 종자 연구를 시작했다. 오골계는 자신이 키우던 것 중 우수한 것을 선발했고 닭은 1998년 당시 마니커가 갖고 있던 천호인티그레이션의 천금계를 인수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육질이 더 쫄깃하고 더 빨리 자라는 품종을 육성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 17년이 지난 2015년 연구 결과를 공식 인정받았다. 대한양계협회는 김 대표가 육성한 오골계와 토종닭 2개 품종을 순계로 인정했다. 순계는 종계를 생산하는 닭이다. 지난해 토종닭 품종 소래1호의 종계 등록 절차도 마쳤다.김 대표는 소래1호가 토종닭산업 발전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토종닭이 70일 만에 출하되는 것에 비해 소래1호는 50일이면 다 큽니다. 육계와 토종닭의 중간 정도 육질이어서 더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내년까지 4만~5만 마리의 종계를 분양할 계획이다. 현재 1위 품종인 한협3호의 연간 분양은 30만 마리 정도다. 1년 내 시장 점유율 15%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토종닭 치킨? 가능성 있다

김 대표는 육계와 경쟁할 수 있는 토종닭 개발이 새로운 목표다. 치킨 때문이다. 국내 닭산업은 치킨 시장이 좌우한다. 치킨에 쓰이는 닭이 바로 육계다. 김 대표는 “토종닭으로 치킨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육계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 김 대표는 “육계보다 두 배 이상 긴 기간 사료를 주며 키워야 하는 토종닭으로는 시장성이 없다”며 “새로운 품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킨에 쓸 수 있을 정도로 경제성이 있는 토종닭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2015년부터 이마트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골계 삼계탕에 이어 최근 토종닭 삼계탕도 출시했다. 김 대표는 일반 소비자 시장 확대를 위해 본사 옆에 가공공장도 짓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좀 더 건강한 축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장 관리 매뉴얼을 확립하는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고 무항생제 인증도 받았다. 올해는 동물복지 농장을 준비하고 있다.고양=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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