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줄었는데 급증? 억울한 전문병원들

전문병원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병원광고에 '전문' 명칭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해 전문병원들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최근 국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문병원 의료분쟁이 급증했다"는 자료를 배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병원들은 타 병원에 비하면 의료분쟁 건수가 오히려 줄었다며 반발했다.

지난 26일 기 의원실은 '믿는 환자 발등 찍는 전문병원?'이라는 제목의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의료분쟁이 발생한 전문병원이 크게 늘었다고 비판했다.기 의원실은 "의료분쟁 건수는 1기(227건) 때보다 2기(285건) 때 26%가량 늘었고 발생병원은 1기 61곳(지정 병원의 62%), 2기 76곳(68%)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보건복지부가)병원들의 의료사고 발생 등 각종 진료에 대한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등의 관리감독이 필요했지만 현장조사는 물론 지정 취소도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병원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안착되고 신해철법(의료사고 중대 피해는 의료기관 동의 없이 분쟁 절차를 시작하는 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분쟁 건수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2기 전문병원의 의료분쟁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2기 전문병원이 지정된 뒤인 2015년과 2016년 전문병원을 대상으로한 의료분쟁조정 신청건수는 각각 99건, 101건이었다. 2014년 128건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같은 기간 대형대학병원 분쟁건수에 비하면 2기 전문병원의 분쟁 감소는 더욱 눈에 띈다. 2015년과 2016년 대형대학병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분쟁 신청건수는 335건, 375건으로 2014년 344건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다시 늘었다.

분쟁 조정 개시율이 낮다는 기 의원실의 지적도 잘못됐다고 전문병원들은 설명했다. 기 의원실은 "전문병원 의료분쟁 신청 건 중 49%에 달하는 249건은 개시조차 못했다"며 "제대로 된 조정 기회도 얻지 못한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체 의료기관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문병원의 조정 개시율은 오히려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2~2017년 전문병원의 조정 개시율은 51.3%다. 전체 병원 개시율 42%, 대형 대학병원 개시율 32.2%보다 오히려 높다. 전문병원들의 조정 개시율은 강제로 조정을 시작하도록 한 신해철법 시행 이전에도 50% 수준을 유지했다.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은 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타 병원에 비해 의료분쟁 발생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의미다.전문병원제도는 특정 진료에 특화한 중소 의료기관을 육성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안과·여성·수지접합·관절·척추 등 18개 분야 111개 의료기관이 지정돼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이들 외에 다른 병원은 '전문'이라는 명칭을 쓰고 광고할 수 없다.

전문병원은 까다로운 병원 인증을 거친 뒤 특정 진료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는 심사에 통과한 의료기관이다. 병상 및 인력 기준을 맞추고 감염 관리 등을 강화하기 위해 2억~3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대학병원 수준의 높은 의료 질을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일각에서 환자 부담이 큰 비급여 진료 비율이 높다고 비판하지만 관절 척추 전문병원의 비급여 진료 비율도 이들 분야 '가짜 전문병원'보다 현저히 낮다. 제도 특성을 살리기 위해 피부 성형 등 미용 분야 전문병원은 지정조차 하지 않는다.하지만 이들을 향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성형 등 미용시술 병원, 한의원 등은 '전문' 명칭을 누구나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의로 '전문' 명칭을 달고 광고하는 관절 척추분야 가짜전문병원의 과잉진료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가짜전문병원이 해당 질환 치료를 잘 하는 병원인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문재인케어' 성공 조건 중 하나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다. 동네의원, 중소병원, 대형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분산돼야 대형대학병원 환자 쏠림과 진료비 급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병원들은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 오히려 전문병원들이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