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옹기·한지·한방…전통 테마마을엔 체험과 힐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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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관광 명소를 찾아서 (3) 테마마을
역사와 문화, 예술 등 다양한 테마가 있는 마을은 여행지로서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전통테마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신나는 체험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우리 조상들의 향기와 지혜까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땅의 생명력 품은 옹기가 가득-외고산 옹기마을울산 울주군 온양읍 고산리 외고산 옹기마을은 국내 유일의 옹기 집산촌이다. 1957년 처음 터를 잡은 옹기장인 허덕만 옹의 제자 40여 명이 현재 공방을 운영하며 전통 옹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50년이 훌쩍 넘은 노부리 가마뿐만 아니라 옛 방식 그대로 옹기를 만드는 생생한 현장을 보며 한국 전통 토기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공방 작업 일정에 따라 가마에 장작불을 때우는 광경을 직접 볼 수도 있다.
울산 외고산 옹기마을
마을 옹기박물관에는 가야, 신라, 백제, 고구려. 통일신라 때 제작된 기마인물상 등 50여 종의 토기부터 다기세트, 촛대, 화분, 주전자 등 현대적 감각의 다양한 생활 토기가 전시돼 있다. 외고산 옹기마을을 상징하는 대형 옹기는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마을 장인들이 여섯 번의 도전 끝에 제작에 성공한 높이 223㎝, 최대 둘레 517.6㎝에 이르는 대형 옹기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옹기 그릇을 직접 만드는 흙놀이 및 도예 체험 프로그램은 옹기 아카데미에서 상설로 운영한다. 개인 7000원, 단체 5000원.

천년을 빛낸 우리 종이-대승한지마을전북 완주는 전통 종이인 고려한지의 원산지다. 닥나무를 원료로 만들어 닥종이라고도 불리는 한지는 질기면서 부드럽고 투박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품고 있어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소상면 신원리에 있는 대승한지마을은 전국 초지공들이 모여 한지를 생산하던 유적 9곳이 남아있다. 지금은 10여 명의 초지공이 마을에 거주하며 15곳의 한지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나무 발을 이용해 종이를 뜨는 외발뜨기와 쌍발뜨기, 적당히 말린 종이를 두드려 매끄럽고 촘촘하게 만드는 도침 과정 등 한지를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한지 생활사전시관과 승지관은 생활 속 다양한 한지의 쓰임새와 각양각색의 한지 공예품, 친환경 미래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한지의 가치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한지 만들기 체험 외에 한지를 소재로 액자와 손거울, 연필꽂이, 엽서, 연 등을 만드는 공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체험비는 5000원부터. 4~12인 객실 8개를 갖춘 한옥스테이 프로그램은 10만원부터.그릇에 담긴 옛 생활문화-문경 도예촌

경북 문경은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분청사기 등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가마터 유적이 82곳에 이르는 대표적인 도요지다. 주로 하층민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막사발류의 민요를 생산하던 곳이다. 6·25전쟁 이후 플라스틱,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그릇이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춘 사기 그릇의 명맥을 묵묵히 이어오고 있다.
경북 문경 도예촌 굽깎기
문경 도예촌의 중심인 관음리는 도자기의 원료인 사토가 많이 나는 곳으로 이곳에서만 38개의 가마터 유적이 발견됐다. 1848년 만들어진 전통사기 가마시설인 망댕이사기요(경북 민속문화재 135호)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40여 개 공방에서 전통 장작가마에 도자기를 굽는 옛 방식으로 청화백자, 분청사기, 잔시대작, 분청사기대작, 다기, 고려 다완 등을 생산하고 있다.나무재를 이용한 유약, 재래식 가마 등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경읍 진안리에 있는 도자기전시관과 홍보판매장에서 토기와 청자, 백자는 물론 근현대 각종 도자기와 수석을 전시·판매한다.

추억을 파는 책방거리-보수동 책방골목

부산 국제시장 인근 보수동 책방골목은 6·25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잡지와 만화책 등 각종 헌책을 파는 노점상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탄생했다. 1960~1970년대엔 70여 개 점포가 줄지어 들어서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지식과 문화를 향유하는 명소로 인기가 높았다. 책방골목에선 각종 고서와 외국도서 등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책들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구할 수 있다. 책방골목에 없는 책은 대한민국에 없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은 모두 59개 점포에서 신간 도서는 물론 진귀한 중고 도서를 정가보다 40~70%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특히 만화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 많아 청소년과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책방골목 문화관은 한국 근현대사와 궤적을 같이하고 있는 책방골목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고 잠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달 다양한 주제의 문화강좌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통 한방 힐링여행-동의보감촌

지리산은 약초 1000여 종이 자생하는 한방 약초의 보고(寶庫)다.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진시황이 보낸 원정대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지리산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경남 산청 금서면 특리에 있는 동의보감촌은 치유와 힐링을 제공하는 한방 테마마을이다. 약초목욕, 한방화장품 만들기 등 한방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총 109만㎡ 일대 마을에 한의학박물관과 산청약초관 등 전시시설과 테마공원, 약초관, 기(氣)체험장, 한의원, 휴양림, 식당 등 체험 및 편의 시설을 갖췄다.

한방을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기체험장은 동의보감촌 최고 인기코스다. 명상과 기수련, 온열체험 등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색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다. 각각의 무게가 60t, 120t에 달하는 기체험장의 석경과 귀감석, 동의보감의 인체 해부도 신형장부도를 모티브로 한 한방미로공원, 길이 19.15m의 세계 최장 침 조형물 등도 볼거리로 꼽힌다. 성인 2000원. 체험비는 4000원부터.

천하일미 장이 익어간다-순창고추장마을

전북 순창 고추장은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된 우리나라 대표 고추장 브랜드로 익히 알려졌다. 지리적 표시제는 상품의 품질과 특성이 그 상품의 원산지로 인해 생겼을 경우 그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다.순창군 구림면 아미산 자락에 자리한 순창 고추장마을은 조선시대 때부터 천하일미로 꼽히는 순창의 전통 고추장 제조법을 보전해 오고 있다. 지역에 흩어져 살던 고추장 장인들이 50여 가구 규모의 한옥마을을 형성해 전통 방식으로 고추장과 간장, 된장, 장아찌 등 신토불이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전통 가옥의 마당을 빼곡히 채운 항아리는 순창 고추장마을의 상징이자 최대 볼거리다. 순창 고추장과 관련해 고려 말 태조 이성계가 스승인 무학대사를 만나러 만일사로 가는 길에 한 농가에서 고추장을 곁들인 식사를 대접받았는데 그 맛이 너무 뛰어나 감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순창고추장마을에서는 고추장 장인의 장 만들기 비법을 배울 수 있고, 고추장과 장아찌 시식도 즐길 수 있다. 고추장 피자, 떡, 떡볶이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과 박물관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만5000원.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