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혈관성 치매는 예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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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 가정의학과 교수 >67세 남성이 경미한 뇌졸중을 겪은 뒤 기억력과 계산력이 떨어지고 가끔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남성은 20대부터 흡연을 했고 복부비만이 있었다. 병원에서의 진찰과 검사 결과 혈관성 치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인 치매의 원인으로는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알츠하이머병이 50~60%를,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원인과 치료법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 예방과 관리가 쉽지 않은 데 비해 혈관성 치매는 예방 가능한 부분이 있고 최근 증가 추세이므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혈관성 치매란 뇌혈관을 통한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거나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세포에 손상이 생겨 발생하는 치매를 말한다.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혈관의 손상 정도와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기억력 감퇴 여부는 뇌 손상 부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뇌경색이 있은 뒤 혈관성 치매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혼동, 언어장애, 보행장애, 감각이상 등이 동반될 가능성도 있다.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선 우울증이 흔하게 나타난다. 또 계획과 판단능력이 저하되고 주의력이 떨어져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며, 적합한 단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혈관성 치매는 진단을 놓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뇌경색의 과거력이 있거나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은 의료기관에서 인지기능검사 등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근 한 치매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중 3분의 1은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예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치매의 위험 요인에는 중년기 난청, 낮은 학력, 흡연, 우울증, 운동 부족, 사회적 격리, 고혈압, 비만, 당뇨병 등 교정 가능한 요인이 포함됐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의 건강 문제가 있는데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지 않으면 뇌동맥의 동맥경화가 진행되면서 혈관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중년기 이후에도 독서와 공부를 꾸준히 하고, 가족 및 친지와 대화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자주 보내는 것이 좋다.담배를 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건강한 식습관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난청 우울증 고혈압 당뇨병 등 혈관성 치매의 원인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 관리하면 혈관성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강재헌 < 가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