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 사과해야 옳다

한국과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다음 달 11~1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 개최, 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방중(訪中), 시진핑 중국 주석의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양국 외교라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의 제주 노선 운항 재개 움직임, 중국 여행사들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재개 등 양국 관계에 해빙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사드 문제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한·중 관계가 개선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에 대해 그간 중국이 우리에게 자행한 치졸하고 비열한 보복조치를 감안하면 하루아침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체계다.애초부터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를 제대로 견제했다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혈맹에 근본 변화가 없다”고 감싼 반면, 한국에 대해선 관영언론을 내세워 조롱과 협박을 일삼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무차별적이다. 국제법과 국제 무역관행은 안중에도 없다.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동아태소위 위원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이 입은 피해를 120억달러(약 13조5600억원)로 추산했다.

중국은 동북 지역에 주한미군의 사드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탐지거리 5000㎞ 이상인 레이더를 가동하고 있음에도 해명 한마디 없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미국은 물론, 탐지 거리가 긴 일본의 사드 레이더에 대해서도 아무 말을 안 하고 있다. 한국만 만만하게 보고 길들일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나온 데는 단호하게 문제 제기 한 번 못 한 우리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사드 갈등 출구를 찾기 위한 협의 과정에서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유감 표명을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사드 문제로 중국 ‘핵심 이익’이 침해된 것을 한국이 인정해야 문 대통령의 방중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아무리 관계 개선이 절실하기로서니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박자를 맞춰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억지를 써 온 중국이 정중하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