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부친 살해범 '가스총' 등 사전 검색… '범죄 계획' 추정

범행 후 '살인' 등 단어도 검색…살인까지는 예상하지 않은 듯
범행 일주일 전 용인 고급 주택가도 둘러봐…"범행 대상 물색한 증거"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범행 전 휴대전화를 이용해 '고급주택', '가스총' 등의 단어를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또 범행 일주일 전에는 용인지역 고급 주택가를 둘러본 것도 추가로 확인돼 경찰은 이번 사건이 계획 범행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양평경찰서는 30일 허모(41)씨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허씨는 21일부터 25일 범행 직전까지 '고급빌라', '가스총' 외에도 '수갑', '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단어도 검색한 것으로 밝혀졌다.또 범행 직후에는 '살인', '사건사고'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

허씨가 이같은 단어를 범행 전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유층을 상대로 강도 범행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또 '살인' 등 단어를 범행 직후 검색한 것은 애초 '살인 범죄'까지는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범행 전 살상이 가능한 무기가 아닌 상대를 제압할 때 쓰는 '가스총'이나 '수갑'을 검색했다는 것 또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허씨는 8천만원의 채무 탓에 월 200만∼30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었다고 밝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진술한 바 있다.

허씨는 범행 전후 행적으로 볼 때 무언가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살인 범행 후 허술한 현장 수습은 우발 범죄에서 나오는 패턴을 띠어 수사진을 헷갈리게 했다.특히 차량용 블랙박스 분석에서 범행 일주일 전인 지난 18일 허씨가 용인지역 고급 주택가를 다녀간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허씨가 18일부터 19일 오후 5시까지 블랙박스에 녹화된 5시간 40분 분량의 영상을 지운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증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보면, 그는 차를 타고 20여분간 용인 고급 주택가를 돌며 멈추지 않고 둘러보기만 한다.

경찰은 용인 주택가나 양평 현장 모두 고급 빌라가 즐비한 곳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는 설명을 대입하더라도, 차량을 멈추지 않고 20여분간 용인 주택가를 도는 모습은 업무와는 관련성이 낮아 보인다.

19일 오후 5시 이후 허씨의 블랙박스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허씨는 용인지역에 다녀간 점에 대해 경찰에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허씨가 강도 범행을 위해 양평을 찾았다가 벤츠를 몰고 귀가하는 윤모(68)씨와 마주치자 금품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였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윤씨가 사건 당일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와 지갑은 사라진 상태다.

경찰은 허씨가 '핸드폰 위치추적' 키워드 검색을 통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발신하지 않으면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허씨는 범행 전날인 24일만 해도 10여건의 업무 관련 전화를 걸었지만, 범행 당일인 25일은 평일(수요일)임에도 발신을 포함, 통화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은 허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신 내역에서 9월 이후 대부업체와 카드사로부터 대출변제 독촉문자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채무 발생 원인에 대해 조사중이다.

하지만 허씨는 리니지 게임 아이템 거래 사실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고, 채무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진술하지 않고 있다.

전날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차를 훔치려 했을 뿐"이라며 아예 살인 범행 자체를 부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양평군 윤씨의 자택 부근에서 윤씨를 흉기로 1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흉기 상흔은 대부분 몸싸움 과정에서 나타난 방어흔으로 보이며, 사망으로 이어진 치명상은 목과 왼쪽 가슴 등 5곳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