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m 데이트명소로 뜬 '롯데타워 3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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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31' 개방 효과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높이 555m)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스카이31’ 식당가는 평일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한강이 잘 보이는 자리는 점심시간에 ‘자리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1만원 안팎의 가격에 서울 시내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덕이다.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 관계자는 “인근 송파구 주민뿐 아니라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세미나실 일부 식당가로 바꿔
한강·야경 보며 식사 '입소문'
한달 새 하루 4000여명 찾아
"입주사 채워지기 전까진 개방"
처음부터 31층을 일반인에게 개방하지는 않았다. 롯데는 당초 ‘스카이31’을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한 회사들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했다. 세미나를 하거나, 직원을 교육하는 공간이었다. 간단히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로비, 카페테리아 형태의 식당가, 편의점 등도 31층에 배치했다. 하지만 8월 말 이 계획이 변경됐다. 롯데물산 롯데지주 등 롯데 계열사가 회의를 하는 자리였다. 한 참석자가 “초기에는 입주 기업이 많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인근 주민도 쓸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을 냈다.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출입 통제가 어려워진다” 등이었다. 롯데월드타워는 전망대와 지하 쇼핑몰 공간을 제외하곤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롯데 경영진은 ‘개방’을 결정했다. “많은 사람이 오면 건물 지명도도 높아지고, 쇼핑몰과 호텔(시그니엘서울) 영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일반인에게 공개한 뒤 출입 통제도 간소화했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이름과 연락처만 쓰면 방문증을 줬다.
지난달 13일 31층 문을 열었다. ‘지역 명소’가 되는 데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한 달 만에 하루평균 방문객이 평일 약 1300명, 주말 2500명에 달했다. 이달에는 하루 4000명 넘게 찾고 있다. 최고층(118~122층)에 있는 전망대 하루평균 방문객(약 5000명)에 육박하고 있다.개방의 힘은 강력했다. 롯데는 이곳을 명소로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다녀간 방문객들이 자발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과 글을 올렸다. ‘나만 알고 싶은 곳’ ‘롯데 대박’ 등으로 표현했다. 롯데가 하는 일을 소비자들이 직접 알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점에서 개방의 성과가 더 커보인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이 층에는 국내 최초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도 있다. 당초 입주사 직원만 쓸 수 있게 하려던 곳이다. 롯데카드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를 신청한 뒤 손만 갖다 대면 결제가 된다.
롯데는 스카이31을 언제까지 개방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절반 정도가 입주한 오피스 공간이 상당 부분 채워지기 전까지는 스카이31을 계속 소비자들이 드나들 수 있게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