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정인 특보의 계속되는 말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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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지난 30일 일본에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였다. 그는 일본 교토대 특강에서 “내 주장이 정부 주장이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잘못됐다”고 말했다고 전한 한국경제신문의 단독보도에 대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없었으면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캐물었다.
기자는 “현장에 있던 취재원이 녹음파일을 보내왔다. 강연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보도 내용대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문 특보는 “그런 맥락에서 말 한 게 아니다”며 어투를 달리했다. 되레 “이게 저널리즘이냐”며 허락 없이 녹음하고 기사 쓴 것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이날 타사 언론들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문 특보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완전한 오보”라고 끝까지 주장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강 주최 측에서는 기자에게 집요하게 녹음파일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특강 참석자 명단을 들추며 녹음파일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는 소문도 들렸다.문 특보가 ‘말’로 물의를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 강연에서는 정부의 공식 방침과 다른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미국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무기 축소 가능성을 언급해 한·미 외교당국자를 당혹하게 했다. 지난 9월엔 참수부대 창설과 관련해 “송 장관 주장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 특보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학자로서의 입장’이라며 선을 그어 왔다. 지난 30일 특강에서도 학자로서의 견해라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 정부 입장과 사뭇 다른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날 강연이 열린 교토대와 리쓰메이칸대의 강연 안내 포스터에 그는 ‘한국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라고 소개됐다.
고조되는 북핵 위기로 우리 외교안보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외교안보 라인의 불협화음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문 특보가 서 있다. 문 특보는 과연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