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체계 개편 첫발… 文정부 교육개혁 본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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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내년 시범실시, 성취평가제 시행도 가시화
자사고 불합격자 지역별 배정방식 '안갯속'…수험생 혼란 우려정부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 폐지로 고교체계 개편의 첫걸음을 뗐다.고교서열화를 완화하고 고교학점제·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를 통해 입시 위주의 교육 대신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공교육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수험생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우수 학생 자사고·외고 쏠림 현상 다소 완화 전망외고는 학력만 인정하는 '각종학교'에서 1991년 정규학교인 특수목적고로 개편된 이후 30년 가까이 전기고로 입시를 치렀다.
우수한 학생이 몰리면서 국제적 인재 양성이 아니라 입시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2010년 지필고사와 영어 듣기평가를 금지하고 내신성적과 면접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했다.
공교육 위기 극복을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 도입된 자사고 역시 대부분 전기고여서 일반고보다 신입생을 먼저 뽑아 왔다.특히 일부 학교는 입시 성적 덕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고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쏠림 현상이 생겼다.
이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던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입시를 치르게 되면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이 원거리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합격 안정권인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고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이들 학교가 신입생 모집에서 대거 미달 사태를 겪을 수 있는 이유다.
일부 자사고의 경우 지금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학년도에도 5개 자사고는 지원자 수가, 8개 학교는 합격자 수가 정원에 못 미쳐 추가모집을 했다.
단기적으로는 합격이 불투명한 학생들만 지원을 꺼리겠지만, 미달로 인한 추가모집 등이 반복되면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외고·국제고로 몰리는 현상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사고의 경우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는 상황이라 중장기적으로는 자사고·외고 이름표를 떼는 학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 광주 송원고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교육부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 등에 학교당 최대 6억원의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 성취평가제·고교학점제 도입에 눈길
폐지가 아닌 '단계적 전환' 형식을 취했지만 교육부가 고교체제 개편에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의 다른 교육공약 이행에도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교체제 개편이 다른 교육정책 추진의 전제조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내년부터 시범학교에서 먼저 실시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계획을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희망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를 선택·이수한 뒤 누적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다만, 대입에서 내신성적이 현행처럼 상대평가로 반영될 경우 학생들이 학점을 따기 쉬운 대규모 수업에 몰리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성취평가제 도입 시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취평가제는 다른 학생과 비교하는 상대평가 석차·등급이 아니라 절대평가 방식으로 개인 성취도에 따른 A, B, C, D 등의 성적을 주는 방식이다.
지금도 일부 학교는 시행하고 있지만 대입 전형 때는 상대평가로 매긴 성적을 활용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수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취평가제는 기존에 시행하고 있기 문에 차근차근 보완할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내신에 대한 부담이 줄어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고교 입시 개편으로 이런 우려가 조금이나마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2022수능 보는 현 중2 학생들, 고입까지 '안갯속'
다만, 일각에서는 고교 입시를 치르게 될 중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입시에서 '눈치작전'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도별로 자사고·외고·국제고 불합격생의 일반고 배정 방식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큰 상황이다.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47)씨는 "유예 기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로 내년 입시부터라고 하니 다소 당황스럽다"며 "지금 중3은 문·이과가 통합된다더니 중2는 고입이 바뀌고, 해마다 너무 많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꼭 공부가 아니라 동아리나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었는데 통학하기 너무 먼 일반고에 가게 될 가능성 때문에 걱정된다"며 "자사고 지원율에 따라 추가모집에서 눈치작전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2 학생들이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바뀐 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현 중2 학생들은 대입 역시 전년도와 다른 방식으로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당초 2021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면 절대평가화하려 했지만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신뢰도가 낮은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모집 비중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했기 때문이다.교육부는 대신 내년 8월까지 학종 개선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자사고 불합격자 지역별 배정방식 '안갯속'…수험생 혼란 우려정부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 폐지로 고교체계 개편의 첫걸음을 뗐다.고교서열화를 완화하고 고교학점제·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를 통해 입시 위주의 교육 대신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공교육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수험생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우수 학생 자사고·외고 쏠림 현상 다소 완화 전망외고는 학력만 인정하는 '각종학교'에서 1991년 정규학교인 특수목적고로 개편된 이후 30년 가까이 전기고로 입시를 치렀다.
우수한 학생이 몰리면서 국제적 인재 양성이 아니라 입시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2010년 지필고사와 영어 듣기평가를 금지하고 내신성적과 면접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했다.
공교육 위기 극복을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 도입된 자사고 역시 대부분 전기고여서 일반고보다 신입생을 먼저 뽑아 왔다.특히 일부 학교는 입시 성적 덕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고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쏠림 현상이 생겼다.
이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던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입시를 치르게 되면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이 원거리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합격 안정권인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고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이들 학교가 신입생 모집에서 대거 미달 사태를 겪을 수 있는 이유다.
일부 자사고의 경우 지금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학년도에도 5개 자사고는 지원자 수가, 8개 학교는 합격자 수가 정원에 못 미쳐 추가모집을 했다.
단기적으로는 합격이 불투명한 학생들만 지원을 꺼리겠지만, 미달로 인한 추가모집 등이 반복되면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외고·국제고로 몰리는 현상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사고의 경우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는 상황이라 중장기적으로는 자사고·외고 이름표를 떼는 학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 광주 송원고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교육부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 등에 학교당 최대 6억원의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 성취평가제·고교학점제 도입에 눈길
폐지가 아닌 '단계적 전환' 형식을 취했지만 교육부가 고교체제 개편에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의 다른 교육공약 이행에도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교체제 개편이 다른 교육정책 추진의 전제조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내년부터 시범학교에서 먼저 실시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계획을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희망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를 선택·이수한 뒤 누적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다만, 대입에서 내신성적이 현행처럼 상대평가로 반영될 경우 학생들이 학점을 따기 쉬운 대규모 수업에 몰리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성취평가제 도입 시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취평가제는 다른 학생과 비교하는 상대평가 석차·등급이 아니라 절대평가 방식으로 개인 성취도에 따른 A, B, C, D 등의 성적을 주는 방식이다.
지금도 일부 학교는 시행하고 있지만 대입 전형 때는 상대평가로 매긴 성적을 활용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수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취평가제는 기존에 시행하고 있기 문에 차근차근 보완할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내신에 대한 부담이 줄어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고교 입시 개편으로 이런 우려가 조금이나마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2022수능 보는 현 중2 학생들, 고입까지 '안갯속'
다만, 일각에서는 고교 입시를 치르게 될 중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입시에서 '눈치작전'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도별로 자사고·외고·국제고 불합격생의 일반고 배정 방식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큰 상황이다.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47)씨는 "유예 기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로 내년 입시부터라고 하니 다소 당황스럽다"며 "지금 중3은 문·이과가 통합된다더니 중2는 고입이 바뀌고, 해마다 너무 많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꼭 공부가 아니라 동아리나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었는데 통학하기 너무 먼 일반고에 가게 될 가능성 때문에 걱정된다"며 "자사고 지원율에 따라 추가모집에서 눈치작전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2 학생들이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바뀐 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현 중2 학생들은 대입 역시 전년도와 다른 방식으로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당초 2021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면 절대평가화하려 했지만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신뢰도가 낮은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모집 비중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했기 때문이다.교육부는 대신 내년 8월까지 학종 개선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