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2018년 예산 배분… 혁신성장 2조 vs 소득주도성장 19조
입력
수정
지면A14
막 오른 '예산 국회'문재인 정부가 양대 성장 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년도 예산은 소득주도성장 관련 사업에만 ‘편중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소득주도성장 예산은 올해보다 8조원 넘게 급증해 19조원을 넘어서지만 혁신성장 관련 예산은 7000억원 정도 늘어난 2조1000억원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주도성장 8조 늘리고 아동수당·기초연금 증가에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으로 소상공인 지원 3조 배정
혁신성장은 7000억 증가
4차 산업혁명 대응 중점
다른 분야는 많아야 수백억
"성장동력 확보 소홀" 우려
국회예산정책처는 2일 ‘2018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지난 9월 초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을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소득주도성장 지원 △혁신성장 동력 확충 △국민이 안전한 국가 △인적 자원 개발 투자 등 5개 중점 사업별로 분류했다.소득주도성장 예산 8조원 넘게 급증
예산정책처는 5대 중점 사업 가운데 저소득층 소득 기반 확충, 생활비 경감, 지역균형발전 등을 목표로 한 소득주도성장 예산은 올해 10조9943억원에서 내년 19조476억원으로 73.2%(8조533억원)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내년 예산 1조1009억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내년 예산 2조9708억원) 등 2개 ‘대형 사업’ 신설로만 내년도 소득주도성장 예산은 4조71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기초연금이 올해 월 20만6000원에서 내년 월 25만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관련 예산도 올해 8조961억원에서 내년 9조8400억원으로 1조7439억원 늘어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시재생 지원 확대 예산도 올해 2483억원에서 내년 1조3172억원으로 1조원 넘게 급증한다.이 외에도 참전·무공수당 인상(올해 예산 4664억원→내년 6348억원), 치매요양시설 확충(올해 188억원→내년 3112억원), 주택매입 후 재임대 도입 신설(내년 1000억원) 등도 내년도 예산을 건당 수천억원씩 늘리는 사업으로 분석됐다.
혁신성장 예산 증가액은 ‘쥐꼬리’
이에 비해 내년도 혁신성장 동력 확충 예산 증가폭은 보잘것없다. 예정처는 혁신성장 예산은 올해 1조4137억원에서 내년 2조156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증가율은 52.6%로 높게 보이지만 증가액은 7431억원으로 소득주도성장 예산 증가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 수준이다.사업별로는 4차 산업혁명 대응 기술 개발 투자 예산이 올해 1조2000억원에서 내년 1조5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고 스마트공장 구축·고도화 융자 예산 3300억원이 신설되는 것이 내년 혁신성장 예산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혁신성장 거점 구축이나 혁신자본 공급 확대 등을 명분으로 혁신클러스터 조성(200억원), 사회적 기업 모태펀드 조성(100억원), 버스와이파이 설치 지원(13억원), 상생서포터스 사내창업 프로그램 지원(100억원) 등 신규 사업이 내년에 도입되지만 사업별 예산은 많아야 수백억원대에 불과하다.
커지는 ‘예산안 적정성’ 논란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예산 배분이 ‘극심한 불균형’을 보임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이 적정하게 짜였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지나치게 소득주도성장 중심으로 짜이다 보니 경제성장에 대한 예산의 기여도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예산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업들은 거의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분배구조 개선은 재정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만 성장을 위한 근본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안이 분배-지출 고리에 치중한 나머지 지출-생산, 생산-분배로 이어지는 고리는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혁신성장은 직접적인 예산 지원 외에도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을 통해 이뤄진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규모를 단순 비교해 예산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상열/김일규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