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몽골 여행기 쓴 이영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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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집 비우는 몽골 유목민…나그네 위해 미리 음식 준비"

한국에선 오랑캐라 하면 ‘미개한 침략자’쯤으로 생각한다. 역사 속 오랑캐는 몽골 유목민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부족에 푹 빠진 한국인이 있다. 몽골 유목민의 삶과 세계관에 대해 기록한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문학동네)의 저자 이영산 씨다.이씨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100번도 넘게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1년에 평균 다섯 번 넘게 몽골을 방문한 셈이다. 이씨는 “여행하기 좋은 6~8월이면 대부분 몽골에 살았다”고 말했다. 그가 몽골에 흠뻑 빠지게 된 건 두 번째 몽골 여행에서다. 초원을 떠돌다 가까스로 게르(몽골인의 이동식 집)를 찾았지만, 사람이 없어 돌아서려 할 때였다.

“한국의 ‘예의’라는 건 중국에서 수입된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거죠. 몽골 유목민들은 결이 다른 도덕 사상을 가지고 있어요. 아버지와는 맞담배를 피우지만 강에 직접 손을 담그거나, 함부로 물고기를 잡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에요. 그들은 지구라는 중심에 인간이 얹혀산다고 생각해요.”
유목민의 ‘죽음 의식’은 그들의 이러한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떠도는 삶이 버거운 나이가 되면 노인은 스스로 죽음을 준비한다. 그를 위한 성대한 잔칫상이 차려지고, 노인은 양의 엉덩이 비계를 입에 넣는다. 막 걸음마를 뗀 손자가 입에 문 양의 넓적다리뼈를 툭 쳐서 비곗덩어리를 목구멍 안으로 밀어넣으면 숨이 막힌 노인은 이내 세상을 떠난다.“척박한 땅에서 살아나야만 하는 유목민의 문화일 뿐 저급이니 고급이니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몽골 유목민의 이런 전통적인 장례 풍습은 ‘내가 죽으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숭고한 마음에서 비롯된 거죠. 인간이 신이 되는 찰나가 있다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