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가요·뮤지컬, 1990년대를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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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소녀' '고백부부' 등 90년대 배경 드라마 인기드라마 예능 가요 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1990년대’가 인기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잇따르더니 창작 뮤지컬도 나왔다. 1990년대 스타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역시 인기다. 그때 그 시절 가수들의 컴백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의 추억을 간직한 30~40대의 호응이 인기 요인이다. 각박한 현실을 사는 그들에게 1990년대는 불가능하지만 ‘고백(go back)’하고 싶은 ‘꿈’이기 때문이다.
젝키·터보 등 추억의 가수들도 잇단 컴백
'모래시계' '동물원' 등 뮤지컬도
◆1990년대 배경 드라마 인기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는 하루아침에 18년 전(1999년)으로 돌아가 스무 살을 다시 살게 된 마진주(장나라 분)·최반도(손호준 분)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몇 년 새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작품이 넘쳐나 애초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향수를 자극하는 연출로 주목받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고백부부’ 6회 시청률은 5.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동 시간대 지상파 1위를 차지했다. 칼머리, 통바지 패션, 8.15콜라, 비디오테이프와 만화책 등 1990년대를 상징하는 소품은 물론 대학 축제, 나이트클럽 부킹, 첫사랑과의 재회 등이 시청자들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매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에서도 1990년대를 만날 수 있다. 이 드라는 어린 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살아온 35세 ‘봉고파 3인방’(한예슬 류현경 이상희)이 진한 우정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선혜 작가가 썼다. 극 중 주요 인물이 1990년대 학창 시절을 추억하면서 20세기와 21세기를 넘나드는 연출이 이어진다. 주인공 사진진(한예슬 분)이 학창 시절 열광했던 당대 최고 아이돌 ‘보이스 비 앰비셔스’의 비닐 재킷, 체인 목걸이, 길게 늘어뜨린 허리띠 등 세기말 아이돌 패션을 엿볼 수 있다. SES의 ‘아임 유어 걸’을 비롯한 당시 인기 가요와 랩을 따라 부르는 봉고파 친구들의 모습이 추억을 곱씹게 한다.
◆예능·가요계에도 추억의 스타들 ‘북적’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판타스틱 듀오’ 시즌2(판듀2)에는 1990년대 최고 인기 가수 룰라와 소찬휘가 등장해 시청률 9.1%를 기록했다. ‘예능 대세’로 꼽히는 이상민을 비롯해 김지현 채리나 등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판듀2는 룰라 소찬휘를 비롯해 박완규 김조한 강타 터보 박미경 클론 양파 김연우 이재훈(쿨) 김원준 등 1990년대 인기 가수가 대거 출연하면서 시즌1을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KBS2 ‘불후의 명곡’과 MBC ‘복면가왕’ 등의 음악 예능에서도 1990년대 히트곡이 등장하면 ‘다시보기’ 서비스 등이 활성화된다.
1990년대 가수들의 컴백도 잇따르고 있다. H.O.T와 쌍벽을 이룬 젝스키스는 최근 데뷔 20주년을 맞아 18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해 팬클럽 ‘옐로우 키스’는 물론 현재 10~20대 팬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터보도 올여름 새 앨범을 발표했고 지난달 말에는 NRG 역시 12년 만에 컴백했다.
◆추억 소환하는 창작 뮤지컬 잇따라관객의 추억을 소환하는 창작 뮤지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고(故) 김광석이 1994년 발표한 ‘서른 즈음에’를 제목으로 내건 창작 뮤지컬이 개막했다. ‘서른 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의 곡들로 넘버를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와 이야기가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오는 7일 공연을 시작하는 ‘그 여름, 동물원’도 19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88년 결성된 동물원 멤버들의 첫 만남부터 최고 뮤지션으로 부상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솔로 데뷔 전 동물원 멤버였던 김광석의 노래가 이 뮤지컬에도 등장한다.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방영된 SBS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귀가 시계’로 불린 드라마가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을 모은다.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