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국당, 박근혜당 멍에 벗어야"… '1호 당원' 강제출당 조치

홍준표 대표, 제명 직권결정…정계 개편 촉매제 되나

최고위서 격론…결론 못내자
홍준표 대표가 결정하는 방식 채택

친박 "최고위 의결 거쳐 확정해야"
당규 해석 놓고 홍준표 대표와 대립

바른정당 탈당파 7~10명
이르면 다음주 한국당 복귀할 듯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강제 출당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효상 대변인, 홍 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3일 ‘1호 당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20년 관계를 끊었다. 의리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바른정당과 보수 통합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가 크게 작용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위법한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당내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친박계 반발 속 제명 강행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며 제명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보수우파 세력이 허물어진 것에 대해 한국당 당원과 저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하려 했다. 하지만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이 “당내 커다란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어 지금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는 등 반대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홍 대표는 대표 직권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명을 확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한국당이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홍 대표는 “(현 정부는) 박 전 대통령 문제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정치재판을 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보수우파 본당으로 거듭나려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은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제명 결정은 당규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후 열흘 안에 이의 제기가 없으면 제명 처분하도록 돼 있고, 처분의 주체는 당대표”라고 일축했다.

◆박근혜와 20년 인연 끝

박 전 대통령은 정계 입문 20년 만에 타의로 당적을 잃었다. 전직 대통령의 첫 강제 출당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대통령선거 직전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듬해 4월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본격적으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차떼기 대선 자금 수수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몰린 2004년 대표를 맡아 121석을 얻으며 당을 구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등 위기 때마다 보수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홍 대표도 이날 “20년 동안 국회의원, 당대표 등을 지내며 침몰하는 당을 구하기도 했다”고 박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당적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계개편 신호탄 되나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계기로 보수 야권 재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통합파는 탈당 D데이를 오는 6일로 잡고 있다. 통합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5일 의원총회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상태지만 양측 간 의견차가 커 막판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파가 의총 다음날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하고, 9일께 한국당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한 통합파 의원은 6일 탈당 선언 직후 곧바로 한국당에 복당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7일과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므로 그 이후에 복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통합파의 탈당이 의원들뿐 아니라 원외위원장과 지역 당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어서 이들의 거취 및 처우 문제 등을 놓고 한국당과 논의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탈당에 합류하는 통합파 의원은 7~10명으로 추정된다.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원내 입지가 급속히 위축되는 만큼 당 잔류 자강파는 국민의당과의 정책·선거연대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이 야권 개편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