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공항 2050년 침수?
입력
수정
지면A18
해수면 상승 대비한 '플로팅 건축' 뜬다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3.3PPM(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단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지구 평균기온 3도 오르면 해수면 최소 2m 상승
상하이·도쿄 등 타격
도시 건물+교통시설 갖춘 '블루 어반'에 과학계 주목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난 해결…플로팅시티 프로젝트 추진"
이산화탄소 농도가 역사상 400PPM을 유지한 시기는 300만~500만년 전으로 당시 지구 해수면은 지금보다 10~20m가량 높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세계 10억 명 이상이 금세기 말까지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크리스티나 힐 UC버클리 환경계획 및 도시디자인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버클리 캠퍼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콘퍼런스(WCSJ)에서 “2050년까지 해수면이 16인치(0.4m)만 상승해도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의 국제공항과 해안가 주변 학교들은 물속에 가라앉게 될 것”이라며 “해수면 상승을 염두에 둔 새로운 도시 계획과 플로팅 건축 같은 기술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 피해 막는 건축기후변화 연구를 지원하는 민간재단인 클라이밋센트럴재단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올라가면 해수면이 최소 2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침수 피해를 받지 않을 확실한 방법은 더 높은 땅을 찾아 내륙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꼽는다.
하지만 수백년간 건설한 도시를 버리고 새 정착지로 이주하는 일은 손해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제방을 쌓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부지 확보부터 제방 건설비까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침수 피해 예상 지역 6㎞에 걸쳐 제방을 쌓는 데만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과학자들은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도시 건물과 교통 시설을 갖춘 ‘블루 어반(도시)’ 개념에서 답을 찾고 있다. 플로팅 건축은 그중에서도 핵심 기술이다. 물 위에 뜨는 부유식 구조물 위에 건물을 짓는 건축 방식이다. 플로팅 건축은 전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정유회사들이 운영하는 석유시추시설은 대표적인 플로팅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서울 잠수교 남단의 세빛둥둥섬과 같은 레스토랑과 소규모 항구에도 이미 일부 적용되고 있다.
◆떠있는 도시 고민하는 아시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해수면 상승 때문에 도시 전체가 물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란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해안가에 인접한 샌프란시스코 역시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만 보호개발위원회는 지대가 낮은 만 남쪽과 주변 간척지가 바닷물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경고하고 해안가 건설을 제한하고 도시계획의 전면 수정에 나섰다.해안가 도시인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오사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은 어느 도시보다 심각한 침수 피해를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해수면 상승 속도가 위험 수준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100년 한반도 해수면은 1.36m 올라가 남한 국토 면적의 4.1%에 이르는 4만1493㎢가 침수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국토의 26%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주요 도시에서 플로팅 건축을 확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000억달러를 투자해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전 국토에 제방을 쌓는 방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그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물 위에 건물을 짓는 플로팅 건축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네덜란드는 2015년 암스테르담에 97가구가 들어가는 떠있는 대형 주택단지를 처음으로 건설했다. 콘크리트와 스티로폼으로 건설한 이들 주택은 수면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내내 물 위에 떠 있는다.물 위에 뜬 대단위 도시 건설 계획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민간연구소인 시스테딩연구소는 2020년대 초반까지 중국과 일본 등 세계에 7개 수상 도시를 짓는 ‘플로팅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