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호봉제→직무급제' 일부 전환

은행 부지점장급 이상
대부분 성과연봉제 시행

순환보직제 운영 많아
일괄적 직무급제 도입 한계
은행들도 정부 방침에 발맞춰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일부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임금체계 변경에 대한 금융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특수직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환보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괄적인 직무급제 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기업 등 대부분 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은 이미 성과연봉제를 시행 중이고, 차장급 이하 직원 대상으로 호봉제를 기반으로 한 일부 직무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동일 직급이라도 영업점 성과에 따라 팀원과 팀장 간 임금이 차등 지급되고, 디지털·전산 및 외환딜러나 금융투자업무 등 특정 직군은 개인 성과에 따라 임금체계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지난해 시중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일제히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지만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성과연봉제 대신 직무급제 도입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급제는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제안한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에 들어가 있다. 직무평가에 따라 직무가치와 직무수행 능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직무급제 보상 항목이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일괄적으로 직무급제가 도입되는 것은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은 “직무급제 도입은 임금체계 자체를 변경하겠다는 취지인데 노조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산별교섭에서도 사용자협의회 측과 이 같은 도입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직군은 순환보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면 이에 따라 기피하는 부서와 선호하는 부서가 갈리면서 인사에 대한 불만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일괄적인 도입보다는 노조와 협의해 일부 전문직에 한해서만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본급을 기준으로 개인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현 임금체계와 달리 직군을 중심으로 노동 가치를 모두 재평가해야 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인사담당자 얘기다.

안상미/이현일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