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익재단 전수조사한다는데…영풍그룹, 문화재단 활용한 지배구조 손질 '논란'

오너 일가, 영풍문화재단 통해
계열사 영풍문고 지배력 높여
▶마켓인사이트 11월7일 오전 6시11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고하면서 영풍그룹의 문화재단을 활용한 지배구조 손질 작업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오너 일가가 공익재단을 활용해 계열사 지배력을 끌어올린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영풍그룹은 (주)영풍과 고려아연, 인터플렉스 등을 거느린 재계 26위(자산 기준) 대기업 집단이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영풍문화재단 이사진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비상임이사), 한두훈·김용덕 전 영풍 대표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장 명예회장이 유일한 상임이사로 이사진 상당수가 전·현직 영풍그룹 임원이다. 영풍그룹 오너 일가가 재단 인사권을 쥐는 등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풍문화재단은 영풍그룹의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각각 1억원을 기부해 1980년 출범했다. 그룹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던 재단은 지난 6월 영풍으로부터 가치가 9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 영풍문고 지분 10%를 증여받았다. 이 증여로 영풍의 영풍문고 지분율은 34%에서 24%로 줄었다.

영풍이 영풍문고 지분을 재단에 증여한 것은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영풍이 세금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보유 지분 가운데 10%만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성실공익법인)에 증여할 때 지분의 10%까지만 증여세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영풍 오너 일가는 이번 증여로 무상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동시에 영풍문고 지배력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명예회장을 비롯한 일가는 영풍문고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문화재단 보유 지분(10%)까지 합치면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77%까지 확대된다.

영풍문고는 갈수록 기업가치가 뛰고 있다. 이 회사는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와 함께 국내 3대 서점으로 전국 29개 지점과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340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영풍그룹 오너 일가가 공익재단을 통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영풍문고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받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익재단을 활용해 오너의 지배력을 높인 유일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공익재단이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대기업 공익재단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할 뜻을 내비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