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채넌 "한국 헬스케어 기술력 뛰어나… 유망기업 투자할 것"

아일랜드 기네스 가문 후손 헨리 채넌 켈비던홀딩스 대표

기네스가(家) 자산 운용하던 투자가
한국 바이오기업 사내이사 선임

"한국서 사모펀드도 운용할 계획"
“한국을 정말 좋아해 20년 넘도록 사업 기회를 살펴왔는데 헬스케어를 시작으로 투자하게 돼 기쁩니다. 한국은 헬스케어 기술력이 뛰어나 한국과 글로벌 시장 모두 윈윈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일랜드 기네스 가문 후손인 헨리 채넌 켈비던홀딩스 대표(47·사진)는 8일 서울 삼성동 코디엠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도 고령화로 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어 좋은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바이오플랫폼 기업 코디엠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채넌 대표는 코디엠의 사업 가능성과 국내 투자환경 등을 평가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바이오플랫폼 기업이란 중소형 바이오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해 기술을 확보한 뒤 추가 임상을 진행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기업을 뜻한다.맥주로 유명한 기네스 가문은 1997년 기네스와 그랜드메트로폴리탄의 주류사업 부문 합병으로 주류기업 디아지오가 출범할 때 회사 지분 상당수를 확보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기네스 가문의 자산은 디아지오 지분을 포함해 총 8억5000만파운드(약 1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기네스 가문은 자산 운용을 매우 보수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액 절반 정도는 주식에 투자하지만 대상을 엄격하게 선정하고, 국채 등 안전자산에도 일정 부분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내부 원칙을 갖고 있다.

최근까지 기네스 가문의 자산 운용을 책임진 채넌 대표는 이제 고문 역할을 맡고 있으며, 투자는 자신의 사모펀드인 켈비던홀딩스를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에 거의 투자하지 않던 기네스 가문의 후손이 한국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고 사내이사까지 맡은 건 파격적이란 얘기가 나온다.채넌 대표는 코디엠이 대주주인 자동차용 카메라 소프트웨어 기업 ESV의 강조셉 대표와 영국 옥스퍼드대 동창이다. 이 인연으로 1992년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신혼여행도 한국으로 왔다. 1년에 한 번꼴로 한국을 방문해 투자 기회를 찾던 그는 국내 헬스케어 기술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심했다. 채넌 회장은 “처음 코디엠으로부터 사외이사직을 제안받았으나 회사를 키우기 위해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코디엠은 기존 사업인 반도체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 제조와 신규사업인 바이오플랫폼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의 과학·의학·공학 교육기관인 임페리얼컬리지런던과 기술 개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곳은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소설가 H G 웰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앨프리드 화이트헤드 등을 배출한 명문 학교다. 코디엠은 이번 파트너십으로 우수한 아이디어를 지닌 인재들이 글로벌 전문 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산학 협력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양해각서 체결 과정에서도 채넌 대표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넌 대표는 앞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곧 한국에 켈비던글로벌이란 이름으로 사모펀드를 출범시켜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그동안 한국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유망 기업을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