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엣가시 CNN 길들이기?…"AT&T, 타임워너 인수하려면 방송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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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비판적 보도에 반감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AT&T의 타임워너 인수 조건으로 CNN방송을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법무부 통해 CNN 매각 요구"
트럼프 당선 전부터 추진해 온
미국 통신-미디어 '빅딜' 난기류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법무부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면 CNN을 매각해야 한다’는 뜻을 AT&T에 전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자신에게 비판적 보도를 하는 CNN을 못마땅하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AT&T는 미국 2위의 세계적 통신업체다. 타임워너는 CNN TBS HBO 워너브러더스 같은 언론, 드라마, 영화채널 등을 소유한 복합 미디어그룹이다. AT&T가 845억달러(약 94조2500억원)에 타임워너를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미국 콘텐츠 시장이 크게 변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회사 간 M&A가 성공하면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다른 경쟁업체의 M&A를 촉발해 업계 지형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 거대 통신·미디어그룹 간 M&A가 지지부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는 평소 미디어 기업이 커지는 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M&A 대상에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CNN이 포함되자 승인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CNN을 “가짜 언론”이라고 지목했다. 지난 7월에는 자신이 프로레슬링 경기장에서 CNN을 패대기치는 패러디 영상까지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미 법무부 반독점국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 계획 발표 후 M&A가 통신·미디어업계의 시장 경쟁을 해치는지 1년간 조사를 벌였다. M&A에 따른 독점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를 무효화하는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AT&T는 이전에도 CNN을 포기하라는 조건에 거부감을 보였다. 이번엔 정부가 이를 M&A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AT&T로서는 타임워너 모두를 포기할지. 아니면 CNN만 포기할지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