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의 미국 대통령 국빈방문 반대시위 들여다보니…

"반트럼프 집회 참가자는 NL세력 500여명뿐"

한국진보연대가 주도
반미·자주 주창해온 주사파 중심
광화문·여의도 누비며 '과격시위'
광우병·FTA 등 시위 단골

진보진영에서도 환영 못받아
민주노총은 거의 참여 안해
주사파만의 이벤트에 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訪韓) 기간 동안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에 울려 퍼진 ‘반미’ 구호는 누가 외쳤을까. 집회를 주도한 ‘노(NO) 트럼프 공동행동’에는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의 ‘진보’ 단체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 등에서 실제 집회에 참여한 시위대는 한국진보연대 내 일부 주사파·민족해방(NL)계열의 500~700여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철 지난 이념의 소수 시위꾼들이 국민정서와 괴리되는 구호와 행동으로 25년 만의 ‘국빈 방한’을 뒤흔든 셈이다.

◆500명 NL세력이 뒤흔든 광화문‘노 트럼프, 노 워’ 구호를 앞세운 반미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기간 내내 뉴스에 오르내렸다. 청와대 만찬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트럼프 차량을 역주행차로로 달리게 만드는 전과(?)를 올린 대목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매스컴의 집중 조명 탓에 반미 시위대가 수만 명이거나, 최소 수천 명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500~700명에 그쳤다. 한국진보연대 소속의 소수 행동가들이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광화문 여의도 등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목소리를 높였다는 얘기다. 집회 단골 멤버인 민주노총은 이번 ‘반트럼프’ 시위에 거의 가담하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한 한국진보연대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빈민연합(전빈련)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 37개 단체 연합으로 2007년 9월 출범했다. 이강실 상임대표와 박석운·한충목 공동대표, 한상렬·오종렬 상임고문 등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진보 진영 내 노선으로 따지면 대부분 NL계열로 분류된다. 진보연대는 결성 직후부터 2008년 광우병 시위, 2012년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시위, 같은 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와 같은 굵직굵직한 거리 투쟁의 전면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번 반미 시위는 진보 진영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적은 참여 인원에서 잘 드러난다.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진보연대 내 200여 개 조직이 나섰다면 각 단체 상근간부 10명씩만 와도 2000~3000명은 됐을 것”이라며 “국민정서를 대변한 집회가 아니라 일부 주사파 세력의 잔치였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프로젝트 팀’처럼 운영되는 진보연대

최근 집단 시위마다 이름이 빠지지 않는 한국진보연대는 얼핏 대단한 단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속 단체 간 결속력이 매우 느슨한 조직이다.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지 않고,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분담금을 내는 형태에서 오는 한계이기도 하다. 한 운동권 관계자는 “협의체가 아니라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모이는 일종의 프로젝트 팀에 더 가깝다”고 전했다. 이번 반미 시위에도 200여 개 소속 단체 중 극히 일부만 행동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트럼프 방한은 ‘반미·자주’를 주창하는 NL, 특히 주사파계열에만 ‘메인 이벤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진보연대 내에서도 비주사파 NL의 참여는 적었다. 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직은 한국진보연대 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과 방탄청년단이고, 이들은 한국진보연대 내에서도 주사파 NL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만들어진 평통사는 한반도 평화협정 국방예산 삭감, 미국산 대형 무기 도입 사업 반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한·미 동맹 폐기 활동을 한다.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가 단장을 맡은 방탄청년단은 이번 집회를 앞두고 조직됐다. 지난달 28일 미국으로 건너가 백악관 앞에서 밤샘 시위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이번 반미 시위에 대외적으로는 이름을 걸었지만 참여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노정관계 복원을 고민하고 있는 민주노총으로선 명분과 실리가 약했다는 분석이다. 진보단체 관계자는 “민주노총 조합원 대부분은 NL이나 반미에는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