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원화·유가·금리… '3대 복병'의 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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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너무 빨라…살아나던 수출·내수 위축 우려경제지표 호조 속에 원화 강세, 국제 유가 급등, 시장금리 상승이 경제의 3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연초 대비 8% 가까이 뛴 원화가치, 최근 4개월간 42% 급등해 배럴당 70달러를 눈앞에 둔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선반영돼 3년 만에 연 2%대로 오른 시장금리(3년 만기 국고채 기준) 등 환율·유가·금리 움직임이 모두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갈림길 "신3고 우려할 단계"
원화가치·유가·금리 동반 상승은 거꾸로 보면 그만큼 경제가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경제에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유가가 오르면 정유·화학업체 등의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고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원화값 상승) 수입 가격이 낮아져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은 높아진다.문제는 방향성과 속도다. 원화는 올 들어 주요국 통화 대비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도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 합의 가능성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는 더 빠르게 뛸 가능성이 높다.
경기 회복의 불씨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원화 강세, 유가 급등, 금리 상승이 맞물려 자칫 수출과 내수를 한꺼번에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신(新)3고(高)를 우려할 만한 단계에 와 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올해 성장률이 3%를 넘을 가능성이 높고 원화 강세 효과까지 더해져 3만달러 진입은 시간문제다.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겉으로 나타나는 지표 호조에 취해 ‘경제 복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경제 체질 개선을 미룬 채 비용을 늘리는 정책만 추진한다면 한국은 2만달러 덫에서 영원히 탈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