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여론재판'… 아니면 말고식 '마녀 사냥'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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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해순 씨 무혐의 결론희대의 악녀·가족 살인마 …. 가수 고(故) 김광석 씨의 부인 서해순 씨(52)는 인터넷상에서 남편과 딸을 죽인 ‘마녀’였다. MBC 기자 출신인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가 자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어나, 김광석’ 개봉을 앞둔 지난 8월 말 “김씨가 서씨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고 딸 서연양도 서씨가 죽였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터넷 여론의 ‘마녀사냥’은 시작됐다.
'가족 살해범' 몰렸던 서해순 씨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 당해
무고죄 입증도 쉽지 않아
채선당·240번 버스·'타진요'
여론에 편승한 미확인 보도
'황색 저널리즘'도 한몫
이 대표는 지난 9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서연양 사망 사건을 재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냈다. 검찰 지휘를 받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두 달여간에 걸친 수사 끝에 경찰은 10일 서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서씨의 명예는 이미 갈기갈기 찢긴 뒤였다.◆‘친딸 살해범’으로 몰린 서씨
![고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 씨.](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177264.1.jpg)
여론에 편승해 ‘클릭 수’를 높이려는 ‘황색 저널리즘’도 이 같은 마녀사냥에 한몫했다. 서씨는 지난 9월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기 위해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했지만 되레 여론만 더욱 악화됐다.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평소의 두 배가 넘었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방송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져 당황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씨 변호인인 박훈 변호사는 “서씨가 분명 모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가정불화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이 대표를 비롯한 언론들이 엄격한 검증 없이 서씨를 연쇄 살인범으로 몬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다음주 중 이 대표와 안 의원 등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서씨가 이 대표를 고소하더라도 무고죄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무고죄가 무혐의로 결론나더라도 이 대표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계속되는 ‘여론 법정’의 ‘마녀사냥’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기도 전에 특정 인물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은 걸핏하면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월 인터넷에는 서울 광진구를 지나던 240번 시내버스에서 아이 엄마가 “아이 혼자 내렸다”며 차를 세워달라고 요구했으나 버스기사가 매몰차게 거절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언론사가 양 당사자 입장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해당 글의 내용을 단독 보도하면서 여론은 일제히 들끓었다. 진상 조사에 나선 서울시가 “버스기사의 위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뒤에야 여론이 진정됐다. 해당 버스기사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녀사냥이 내게도 닥칠지는 몰랐다”며 “(자신을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에)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성수영/구은서/황정환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