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생일' 한글날이 틀렸다…제대로 바꿔야 할까
입력
수정
1945년 조선어학회 '음력→양력' 환산해 지정하며 오류 추정
박대종 소장, 행안부에 정정 건의…"이치에 안 맞고 부끄러운 일"
한글학회 "1년 중 하루 '우리 말글' 생각하자는 의미…바꾸는 건 맞지 않아"
1945년 광복 이후 70년 넘게 기념해온 '한글날' 지정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념일 날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대종언어연구소의 박대종 소장은 최근 행안부에 한글날을 10월 9일에서 9월 30일로 정정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재의 한글날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에 근거를 두고 있다.
66쪽짜리 해례본 65쪽에는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 十一年 九月 上澣)'이라는 글이 적혀 있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해례본이 완성되거나 간행된 기간으로 보고 있다.'정통 11년 9월 상한'을 풀어보면 1446년 음력 9월 1∼10일을 뜻한다.
상한(上澣)은 '상순(上旬)'과 같은 뜻으로 한 달(月)의 첫 열흘, 즉 1∼10일을 의미한다.
현재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는 1945년 상한의 마지막 날인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한글날로 하기로 하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다만, 조선어학회가 상한 중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왜 한글날로 정했는지는 명확한 근거가 남아있지 않다.
이후 한글날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5대 국경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당시 조선어학회가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 날짜로 환산하면서 계산상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 박 소장의 의견이다.박 소장은 조선왕조실록의 음력 역법 기록과 일치하는 중국의 '수성천문력(壽星天文曆)에 근거해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본 결과 양력 날짜는 10월 9일이 아닌 9월 30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당시 상한 기간인 1446년 음력 9월 1∼10일을 모두 양력으로 변환한다 하더라도 9월 21∼30일로, 지금의 한글날인 10월 9일과 거리가 멀다.실제로, 연합뉴스가 한국천문연구원을 통해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일로 환산해 본 결과 한글날 지정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이 제정됐을 당시에 서양에서 주로 사용됐던 율리우스력에 따라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446년 9월 30일이 된다고 천문연구원는 전했다.
박 소장의 환산 결과와 같은 날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그레고리력에 따라 바꾸더라도 1446년 음력 9월 10일은 10월 9일이 아닌 10월 8일이다.
현재 한글날과 하루 차이가 난다.
상한 기간인 1446년 음력 9월 1∼10일을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으로 각각 바꾸면 양력일은 9월 21∼30일, 9월 29일∼10월 8일이다.
현재의 한글날인 10월 9일은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기원전 46년에 만들어진 율리우스력은 유럽 중심으로 사용되다 1582년 로마 교황인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줄인 그레고리력을 새로운 달력으로 채택하면서 점차 사용하는 곳이 줄어들었다.
한국의 경우 1896년부터 그레고리력을 사용해왔다.
이로 미뤄볼 때 1945년 당시 조선어학회가 그레고리력을 사용해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다 실수를 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박 소장은 "정부는 10월 9일을 훈민정음 반포일로 보고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1446년 음력 9월 10일에 대한 양력 계산은 잘못된 것"이라며 "한글날의 생일을 바꿔버렸으니 이치에 맞지 않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년에 한글날부터 바로잡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행안부에 한글날을 9월 30일로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과거 환산 오류 등으로 인해 설령 한글날 지정이 잘못됐더라도 이미 오랜 시일에 걸쳐 10월 9일로 굳어진 기념일을 지금 와서 굳이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한글날'을 지정한 이유는 1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 말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라며 "설령 10월 9일이 정확한 날짜는 아니더라도 이를 바꾸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매년 한글날 행사를 치러온 행안부는 박 소장이 낸 건의서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대종 소장, 행안부에 정정 건의…"이치에 안 맞고 부끄러운 일"
한글학회 "1년 중 하루 '우리 말글' 생각하자는 의미…바꾸는 건 맞지 않아"
1945년 광복 이후 70년 넘게 기념해온 '한글날' 지정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념일 날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대종언어연구소의 박대종 소장은 최근 행안부에 한글날을 10월 9일에서 9월 30일로 정정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재의 한글날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에 근거를 두고 있다.
66쪽짜리 해례본 65쪽에는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 十一年 九月 上澣)'이라는 글이 적혀 있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해례본이 완성되거나 간행된 기간으로 보고 있다.'정통 11년 9월 상한'을 풀어보면 1446년 음력 9월 1∼10일을 뜻한다.
상한(上澣)은 '상순(上旬)'과 같은 뜻으로 한 달(月)의 첫 열흘, 즉 1∼10일을 의미한다.
현재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는 1945년 상한의 마지막 날인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한글날로 하기로 하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다만, 조선어학회가 상한 중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왜 한글날로 정했는지는 명확한 근거가 남아있지 않다.
이후 한글날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5대 국경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당시 조선어학회가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 날짜로 환산하면서 계산상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 박 소장의 의견이다.박 소장은 조선왕조실록의 음력 역법 기록과 일치하는 중국의 '수성천문력(壽星天文曆)에 근거해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본 결과 양력 날짜는 10월 9일이 아닌 9월 30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당시 상한 기간인 1446년 음력 9월 1∼10일을 모두 양력으로 변환한다 하더라도 9월 21∼30일로, 지금의 한글날인 10월 9일과 거리가 멀다.실제로, 연합뉴스가 한국천문연구원을 통해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일로 환산해 본 결과 한글날 지정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이 제정됐을 당시에 서양에서 주로 사용됐던 율리우스력에 따라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446년 9월 30일이 된다고 천문연구원는 전했다.
박 소장의 환산 결과와 같은 날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그레고리력에 따라 바꾸더라도 1446년 음력 9월 10일은 10월 9일이 아닌 10월 8일이다.
현재 한글날과 하루 차이가 난다.
상한 기간인 1446년 음력 9월 1∼10일을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으로 각각 바꾸면 양력일은 9월 21∼30일, 9월 29일∼10월 8일이다.
현재의 한글날인 10월 9일은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기원전 46년에 만들어진 율리우스력은 유럽 중심으로 사용되다 1582년 로마 교황인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줄인 그레고리력을 새로운 달력으로 채택하면서 점차 사용하는 곳이 줄어들었다.
한국의 경우 1896년부터 그레고리력을 사용해왔다.
이로 미뤄볼 때 1945년 당시 조선어학회가 그레고리력을 사용해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다 실수를 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박 소장은 "정부는 10월 9일을 훈민정음 반포일로 보고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1446년 음력 9월 10일에 대한 양력 계산은 잘못된 것"이라며 "한글날의 생일을 바꿔버렸으니 이치에 맞지 않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년에 한글날부터 바로잡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행안부에 한글날을 9월 30일로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과거 환산 오류 등으로 인해 설령 한글날 지정이 잘못됐더라도 이미 오랜 시일에 걸쳐 10월 9일로 굳어진 기념일을 지금 와서 굳이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한글날'을 지정한 이유는 1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 말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라며 "설령 10월 9일이 정확한 날짜는 아니더라도 이를 바꾸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매년 한글날 행사를 치러온 행안부는 박 소장이 낸 건의서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