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거래액 신기록 세우는 광군제… 90%가 모바일로 결제

혁신성장 기업인이 이끈다
'유통 패러다임' 바꾸는 알리바바

갈수록 진화하는 광군제

1분47초만에 거래액 1조원…해외 브랜드 6만개 이상 참여
화장품 등 오프라인 매장 10만 곳 디지털 스마트 매장으로 변신
온라인과 똑같은 구매 혜택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행사 광고에 등장한 한국 배우 전지현. CCTV 화면캡처
알리바바가 광군제(光棍節) 행사를 총괄하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차려놓은 중국 상하이 엑스포센터 5층 미디어센터. 11일 0시가 임박하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우(五), 쓰(四), 싼(三), 얼(二), 이(一)!”.

카운트다운이 끝나기가 무섭게 행사장 앞쪽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에 구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쉴 새 없이 올라갔다. 구매액은 11초 만에 1억위안(약 168억원), 28초 만에 10억위안, 3분1초가 지나자 100억위안을 돌파했다. 미디어센터 바로 옆에 있는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행사를 지켜보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흥행 대박’을 예감한 듯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중국에서 11월11일은 1이 네 번 겹쳐 미혼 남녀가 ‘독신자(광군)의 날’로 부르며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다. 여기에 착안해 알리바바가 2009년부터 광군제로 이름 붙이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하루 동안 이뤄진 거래액은 1682억위안(약 28조29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거래액 1207억위안보다 39.3% 늘어났다. 100억위안 돌파 시점은 3분1초로 작년(6분58초)에 비해 약 절반으로 단축됐다. 한국 돈으로 1조원을 달성하는 데는 1분47초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오후 1시9분49초엔 작년 최종 거래액(1207억위안)을 넘겼다.

올해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결제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모바일 쇼핑 비중은 2013년만 해도 14.8%에 불과했지만 2014년 42.6%, 2015년 68.7%, 지난해 82.0%로 계속 상승했다.알리바바가 쇼핑의 글로벌화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행사엔 아디다스 P&G 지멘스 등 6만 개 이상의 해외 브랜드가 참여했다. 100여 개 중국 브랜드는 올해 처음 글로벌 판매를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이번 행사를 위해 각종 신기술을 도입했다. 의류, 화장품, 스마트폰 등 10만여 개 오프라인 매장이 디지털 스마트 매장으로 변신했다. 알리바바의 개인 간(C2C) 쇼핑몰인 타오바오 회원은 이들 매장에서 온라인과 똑같은 혜택을 받았다. 에스티로더 유니레버 레고 등 100여 개 브랜드가 12개 도시, 50개 쇼핑몰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에서 고객은 가상으로 화장품을 바르고 옷을 입어볼 수 있는 매직미러를 이용해 제품을 고른 뒤 얼굴인식 시스템을 통해 결제했다.

알리바바는 또 세계 주요 지역에 72시간 내 배달시스템을 갖췄고,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에 로봇이 물품을 분류하는 자동화 창고를 세웠다.

상하이=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