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운 한·중 관계, 중국의 북핵 해결 실천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주말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을 공식 방문해 한·중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포괄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양국은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합의하고, 각급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의 해빙을 알리는 퍼포먼스 성격이 짙었다. 문 대통령이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우리 속담을 인용하며 양국 간 잃어버린 시간 만회를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한 것부터 그랬다. 시 주석 역시 “최근 양국의 사드 문제 합의는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화답했다. 지난달 말 양국이 발표한 관계 개선 합의문을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한 셈이다.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정부는 내달 문 대통령 방중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분명한 역할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임을 알면서도 억지 트집을 잡으며 졸렬한 보복을 쏟아냈다. 반면 정작 원인을 제공한 북한에 대해서는 미온적 대응에 그쳤다. 관계 개선 합의문에서도 중국은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오히려 일방적 피해자인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를 포함한 이른바 ‘3불(不) 원칙’을 천명하며 중국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한국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어떻게든 사드 보복을 풀고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만큼 중국도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국이 진정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려면 중국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북 압박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유엔 대북제재를 무색하게 하는, 온갖 비공식적 지원과 교역을 통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방조해온 과거의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양국 관계는 이제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얼마나 실천하는지에 달렸다. 한국 정부도 내달 정상회담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