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청와대에 특활비 상납 시인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 인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의혹을 받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의 소환조사에서 “청와대 요구에 따라 특활비를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특활비 상납을 과거에도 이뤄진 관행으로 생각했고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여겨진 청와대 측 요구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5월까지 2년 넘게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이 전 원장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매달 약 1억원의 특활비를 뇌물로 상납해 국고 손실을 가져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국정농단 사건 의혹과 관련된 미르재단 보도가 나오고 특활비 전달이 끊겼다가 두 달 후 평소보다 많은 2억원이 다시 전달된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 측과 이 전 원장 등이 특활비 상납의 위법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앞서 특활비 상납을 시작한 남재준 전 원장도 지난 8일 검찰에 출석해 “취임 이후 청와대 요구를 받아 매달 5000만원씩 특활비를 보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13일 이병기 전 원장도 소환해 그의 재임 시기에 특활비 상납 액수가 월 5000만원에서 월 1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배경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