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쏟아지는 코스닥 시장] '코스닥 살리기' 드라이브

연기금, 13조원 풀고 상장 기업엔 稅혜택

코스피·코스닥 섞은 새 주가지수도 개발
정부가 코스닥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2% 수준인 연기금 주식투자의 코스닥 비중을 점진적으로 10%까지 확대해 13조원가량의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벤치마크로 주로 쓰이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상장 기업이 골고루 섞인 새로운 주가지수를 개발하기로 했다. 1990년대 말~2000년 초 ‘코스닥 붐’이 일던 당시 코스닥 상장 기업에 제공한 법인세 이연(移延) 등의 파격적인 세제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기금, 코스닥 투자 비중 10%까지 확대1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의 하나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해 기재부가 관리하는 ‘연기금 투자풀’(운용 규모 21조원)부터 코스닥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연기금 투자풀 중장기 발전 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한 간담회에서 “코스닥이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15%인 데 비해 연기금의 주식투자 중 코스닥 비중은 2%에 그친다”며 “이를 1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에서 연기금의 비율은 0.6%에 그친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8월 말 기준으로 국내 전체 주식투자액 124조3000억원 가운데 코스닥에 2.1%인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를 10%로 늘리면 10조원가량이 코스닥시장에 추가로 투입된다. 연기금 전체로는 약 13조원이 추가로 코스닥에 풀릴 것으로 추산된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약 246조원)의 5.3% 규모다.

코스닥 상장기업 ‘사업손실준비금 제도’ 도입 검토금융당국은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은 고배당 등 주주환원 방안보다 성장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세제를 총괄하는 기재부와 ‘사업손실준비금 제도’ 도입을 최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진 세수 감소 문제가 걸려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한 상황이다. 사업손실준비금 제도는 기업이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이익 일부(사업연도 소득의 일정 비율)를 적립금으로 쌓아 당해 연도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손실준비 비율이 30%면 100억원을 번 회사는 30억원을 제외한 70억원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내면 된다. 결손이 발생한 해에는 손실액을 손실준비금으로 상계하고 5년이 되는 해에 남은 준비금을 손익에 넣어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1999년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처음 도입해 2002년까지 당시 코스닥협회 등록 중소기업(코스닥 상장사)에 한해 적용됐다. 2003년부터는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다 2006년 폐지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한국판 ‘JPX닛케이400’ 만든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또 기관투자가의 코스닥 종목 투자를 늘리기 위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종목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신규 지수를 개발할 방침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은 소득공제 등 파격적인 유인책이 없는 데다 정책자금과 연기금 등의 투자도 부족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의 코스닥시장 참여 제약 요인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한국거래소는 2014년 1월 일본이 도입한 ‘JPX닛케이400지수’ 사례를 참고해 새 지수 개발에 나서고 있다. JPX닛케이400지수는 도쿄거래소 상장 기업과 오사카거래소의 2부 시장인 ‘자스닥’ 상장 종목을 섞은 주가지수다. 이승범 한국거래소 인덱스사업부장은 “편입 기업을 선정할 때 시가총액 외에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재무 정보를 함께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존 KRX100 등은 시가총액을 중심으로 기업을 정하다 보니 100개 편입 기업 가운데 코스닥 종목이 8개에 불과하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이 내년 2월께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면 코스닥 기업은 7개로 줄어든다.

금융위는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도 손질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글로벌 주식시장 사례를 면밀히 분석한 뒤 코스닥 상장 관련 규정을 전면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