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뉴딜사업' 틈새 메우는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빈집정비 등 규모 작은 맞춤형 주거개선
추진속도 빠르고 가격상승 문제 해소 가능
추가부담금 등 걱정 덜어줄 묘책 필요

권주안 < 주택산업연구원장 >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구도심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급상승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투기과열지구를 뉴딜사업에서 제외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서울을 비롯한 도시지역의 뉴딜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식지 않고 있다.

도시재생 이전의 정비사업은 관련 법에 따라 일정 구역을 지정한 뒤 지정된 넓은 면적을 대상으로 이뤄져왔다. 이에 따라 사업 기간은 길어지고 진행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발생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상쇄시킬 정도의 크고 작은 문제점을 양산해왔다. 이런 점은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공유해야 할 고민이다.반면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사업 규모가 비교적 작은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다. 빈집정비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 등이 이에 속한다. 사업 규모가 작아 추진 속도가 빠르고 지역 맞춤형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수행한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연구 결과는 이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서울지역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사례를 분석했는데, 소규모 정비사업이 주변 아파트(분양면적 82.5㎡, 25평 기준) 대비 76~81% 수준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는 서울지역의 같은 평형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64~73% 수준으로, 도시재생의 태생적 한계인 가격상승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어 뉴딜사업 추진에 좋은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대상이 될 지역은 주로 서민이 거주하는 곳으로 주거환경이 낙후돼 있다. 이들 저밀도 주거지역이 정비된다면 주거공간을 대폭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다. 주거 개선은 물론 주거비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비사업을 통해 늘어나는 주거공간 중 일부를 공적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한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아떨어지므로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이다.같은 연구에서 ‘저층주거지 주택소유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는데, 주택소유자들은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69%가 소규모주택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연립주택 소유자는 이보다 많은 87%가 호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택소유자들은 정비사업이 추진되면 ‘추가부담금’ 및 ‘이주보증금’을 걱정하고 미분양 위험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이용 등을 통해 하고, 미분양 문제는 공공부문이 미분양 물량의 일부를 매입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해결될 것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소규모주택 정비사업만을 위한 펀드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출범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외에 다양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지역적으로 커뮤니티시설이 부족하면 인접 공공시설 사용을 허용하고 그 사용료를 감면해주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개선되는 구역의 특성 및 주민 요구에 맞게 건폐율, 용적률, 부대복리시설, 주차장 등 건축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저밀도 주거지역이 지니는 단점을 보완해주는 수단으로 주거의 질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공적 임대주택을 해당 지역에 더 많이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증가된 용적률의 일부는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고 남는 부분은 부족한 공동시설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좁은 면적이지만 일정 구역에 쾌적한 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이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한 도시재생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틈새를 주민들에게 직접 와 닿는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으로 메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주안 < 주택산업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