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발생시 캐나다달러 무제한 빌려온다… 첫 상설계약

"한-미 통화스와프 이후 최대 의미"
한국 경제 건전성 신뢰·금융협력 중요도 인정

우리나라가 캐나다와 한도 및 기한이 없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금융시장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대폭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한국은행과 캐나다중앙은행은 16일 원화와 캐나다 달러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가계로 따지면 마이너스 통장과 같다.캐나다와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대상이 사실상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 통화스와프 협정 상대방에 기축통화국은 없다.

캐나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 최상위인 AAA(무디스는 Aaa)를 받은 선진국이다.캐나다달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 유로존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위스 스위스프랑 등과 더불어 사실상 기축통화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경제 협력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지만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위기시 대책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이래 가장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이 총재는 "이번 통화스와프 협정의 목적으로 금융안정이 명시돼있으므로 금융불안시 큰 안전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위기 발생 시 활용 가능한 강력한 외환부문 안전판(safety net)을 확보했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최고 한도를 설정하지 않고 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설계약(standing agreement)이라는 조건도 파격적이다.

한국이 상호 무기한, 무제한 지원 형태로 양자 통화스와프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6개 주요 기축통화국들간 통화스와프 협정과 같은 형태의 표준계약이다.

캐나다가 경제·금융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 이 같은 기축통화국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효과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만기 때마다 연장을 놓고 골치를 썩일 필요도 없다.

한국은 현재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통해 1천168억 달러(미국 달러화 기준) 수준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연장 협의 중인 아랍에미리트(54억 달러)를 포함하면 양자 간 협정 대상은 5개국, 규모는 1천222억 달러로 늘어난다.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금융위기를 넘기는 데 큰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종료된 상태다.

일본과 통화스와프는 외교 갈등으로 중단됐다.
한국 정부는 올해 들어 호주와 통화스와프 만기를 연장하고 규모를 두배로 증액한 데 이어 연이어 연장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와함께 기축통화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기 위해 캐나다중앙은행에 제안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한은은 캐나다중앙은행과 수개월간 협의를 해왔으며 지난달 중순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밝혔다.

북한리스크가 다소 진정되긴 했어도 예전보다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것이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달러화에 맞먹는 신뢰성과 안정성, 유동성이 있는 캐나다 달러화를 비상시 확보했다는 점과 그로 인해서 한국 신뢰가 더 보강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만기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