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에… 여야, 다시 '탈원전 정책' 공방전
입력
수정
지면A8
민주 "경북 동해안은 원전 지뢰밭"포항 지진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국당 "지진과 원전 상관없다"
국민의당 "정교한 의사결정 필요"
더불어민주당은 경북 동해안 지역을 ‘원전 지뢰밭’으로 비유하면서 “과거 정책결정자들의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정 편의주의 결과”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진과 원전은 상관이 없다. (원전 재검토는) 좌파들이 원전을 방해하려고 하는 억지”라고 날을 세웠다.박재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5명의 탈핵모임 의원은 지난 15일 포항 지진 발생 직후 ‘포항지진, 원전사고 막을 마지막 기회다’는 내용의 탈핵 성명서를 내고 “한국 원전들은 하필 활성단층대 위에 건설됐다”며 “특히 포항 지진 진원지와 불과 40㎞ 거리에 있는 월성지역은 총 6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지진 안전지대도, 원전 사고 안전지대도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더 빠르고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16일 포항 지진 피해 현장을 찾아 “작년 경주도 마찬가지고 포항도 그렇고 원전밀집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걱정된다”며 “지진이 한 번 일어나면 응축된 에너지 때문에 다음에 더 크게 지진이 일어날 수 있어 관계당국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포항 원룸촌을 방문한 뒤 월성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찾아 “공포의 근원은 포항이 아니라 월성”이라며 “조기 탈원전을 실현해 공포를 걷어내자”고 주장했다.한국당은 이 같은 탈원전 주장에 “좌파들의 원전 방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진은) 원전과는 상관이 없다. 현재 원전은 규모 7.5 수준의 강진에 맞춰 설계됐다”며 “(원전 재검토는) 좌파들이 원전을 방해하려고 하는 억지”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포항 지진 현장을 찾아 “우리들 입장은 변함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대립각을 세웠다. 안 대표는 이날 포항 흥해읍 주민긴급대피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진 이후 탈원전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묻자 “우리는 보다 정교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실행계획이 필요하다고 계속 말해왔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배정철/박종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