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북한도 아닌데…기생충으로 고민하는 일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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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준이 발달된 사회에선 보기 힘든 기생충 문제가 오랜만에 뉴스로 등장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 사회도 기생충 문제에 대한 고심이 적지 않습니다. 바로 ‘사시미’나 ‘스시’ 등 생선을 날로 먹는 식문화 탓에 흔히 ‘고래회충’이라고도 불리는 ‘아니사키스(アニサキス)’ 라는 생선회충 공포가 사회에 적지 않게 퍼져있습니다.

사람이 아니사키스가 포함된 생선 등을 잘못 섭취할 경우, 식중독과 심한 복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사키스가 명치부분 등에 격렬한 통증을 일으키거나 복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선 ‘아니사키스 증’이라는 용어까지 있습니다.
올 5월에는 일본 유명 개그우먼인 와타나베 나오미씨 등이 아니사키스 중독에 따른 복통으로 긴급치료를 받는 사태가 발생해 일본 사회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구충제 등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고통이 큰 경우가 적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내시경 등으로 일일이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 감염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2005~2011년 기간 동안 33만 명분의 의료비 청구서를 분석해 추정한 결과, 연간 7000여건의 아니사키스 감염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일본 언론들은 최소 연간 1000건의 감염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로 해산물을 냉동 상태가 아닌 활어나 냉장 상태에서 구입해 날 것으로 섭취하다 발생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올 들어 아니사키스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날생선 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사키스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생선가게 입장에서 만든 한 만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11만회 이상 리트윗되기도 했습니다.
선진국이던 절대빈곤국이건 기생충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생충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다면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겠지요. 기생충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