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방송사 "방탄소년단, 엄청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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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뮤직어워즈 참가…아시아 유일“이 친구들, 정말 엄청나군요!”
▶"힙합돌 성공 못해" 편견 극복…앨범 137만장 판매
▶유니세프와 글로벌 캠페인
미국 CBS 간판 프로그램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진행자인 제임스 코든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 쇼에 출연한 방탄소년단과의 녹화 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방탄소년단의 라이브 공연 영상을 올리고 “나는 방탄소년단의 광팬”이라고 자처했다. 방탄소년단은 ABC ‘지미 키멜 라이브’와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도 출연한다. 미국 3대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하는 최초의 K팝 가수다.방탄소년단은 19일에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 유일한 아시아 뮤지션으로 참가해 공연한다. 미니앨범 ‘LOVE YOURSELF 承 ‘Her’’의 타이틀곡 ‘DNA’를 부를 예정. 이 앨범은 지난 9월 발매 후 빌보드 메인차트 ‘핫100’ 4주 연속 진입, ‘빌보드 200’ 6주 연속 진입, 국내외 누적 판매량 137만 장 돌파 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 외에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켈리 클락슨, 셀레나 고메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함께하는 이날 시상식은 ABC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며 국내에도 Mnet이 생중계한다.
외면당하던 ‘힙합돌’의 급반전
2013년 ‘힙합 아이돌’을 표방하며 데뷔한 방탄소년단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소속사가 철저히 기획해 내놓은 ‘아이돌’과 래퍼 스스로 가사를 쓰는 ‘힙합’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방탄소년단의 월드스타 등극은 이런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결과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서태지를 비롯해 싸이 타블로 등 K팝 선배들의 인정을 받는 힙합 그룹이 됐다. 힙합을 기반으로 최신 장르를 버무려 자기들만의 색깔을 확고히 구축했다.음악에 담은 메시지도 남다르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정신적인 고뇌, 아이돌로서의 삶, 여성을 응원하는 노래까지 한국 문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극찬했다. 해외 뮤지션들도 이들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협업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유명 래퍼 왈레,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협업한 데 이어 오는 24일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가 리믹스하고 미국 힙합계의 주목받는 래퍼 디자이너가 피처링(다른 가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해 노래나 연주를 도와주는 것)에 참여한 ‘Mic Drop’의 리믹스 버전을 발표한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음악 시상식 참가는 지난 5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저스틴 비버의 6년 연속 수상 기록을 깨고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트로피를 수상했다. AMAs는 최근 “방탄소년단의 스페셜 프로젝트가 곧 공개된다”고 밝혀 내용이 무엇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소 기획사가 만든 ‘중소돌’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중소형 기획사다. 막강한 자본력은 없는 대신 뛰어난 기획력에 승부를 걸었다. 가사를 직접 쓰는 래퍼들의 특성을 활용해 방탄소년단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그룹’으로 만들었다. ‘아이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힙합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놓은 것. 아울러 그룹 자체에 세계관을 부여해 그 안에서 각각의 곡들 하나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들을 뮤직비디오, 프롤로그, 아트 필름, 쇼트 필름 등 영상 콘텐츠로 풀어내 확장성을 키웠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 프로듀서는 평소 “소비자들의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음악 외에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가요시장에서 콘텐츠의 다양화를 이끄는 선두주자가 됐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돌’방탄소년단은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영향력도 세계적이다. 공식 트위터 팔로어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인 최초다. 빌보드 ‘소셜50’ 차트에서는 47번이나 1위에 올랐다. 지난달 US위클리가 발표한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 명단에도 도널드 트럼프, 버락 오바마 등 전·현직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이 같은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섰다. 유니세프와 손잡고 사회변화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를 시작한 것. 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 방지를 독려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펀드를 구축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5억원을 기부했다. 향후 2년간 ‘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 판매 순이익의 3%, 캠페인 공식 굿즈 판매 순익 전액, 일반인 후원금 등으로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방탄소년단의 취지가 알려지면서 국내외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유니세프엔 기부 방법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공식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우리도 궁금하다”며 “가요계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손예지 한경텐아시아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