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환 방패' 연이어 마련한 한국은행의 존재감이 반갑다

한국은행과 캐나다중앙은행이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20년 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유동성 위기가 올 때 캐나다 달러를 무제한으로, 기한 제약도 없이 빌려 쓸 수 있게 된 점에서 그렇다. ‘백지 수표’를 주고받았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캐나다 달러의 국제적 위상에도 새삼 주목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보유 외환 중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비중이 큰 통화가 캐나다 달러다. 캐나다는 미국 유럽 영국 일본 스위스와 상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준(準)기축통화인 캐나다 달러를 통해 미국 달러 등 기축통화와도 스와프 효과를 누리게 됨에 따라 한국의 제2 외환위기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과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래 가장 의미가 크다”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평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한은이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경제의 저력을 확인했고, 앞으로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도 하나 더 세웠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보복의 와중에 지난달 중국과 연장한 560억달러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도 “정치와 경제는 분리하자”는 이 총재의 접근법이 주효했던 게 사실이다.

통화안정의 최후 보루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한은의 직무 수행은 다른 정부부처나 국가 기관에 건전한 자극이 될 만하다. 마땅히 해야 할 자기 업무를 놓치면 국민경제와 국가발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것이 국가 기관이다. 하지만 국회를 비롯해 기관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곳이 허다한 게 현실이다.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계기로 미국, 일본과도 과거 계약을 복원하도록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2008~2010년 체결됐던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FTA와 더불어 ‘경제의 한·미 동맹’이라는 측면이 있었다. 2015년 종료된 일본과의 같은 계약도 정치적 거리감을 극복하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경제협력 방안이라는 차원에서 재접근할 만하다. 한은의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