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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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가 전과(轉科) 신청자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조선업 불황으로 전공을 바꾸려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과 설립 7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 불황에 전공 변경 급증
올 6명 중 1명이 전과 신청
학과설립 72년 만에 최대 위기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조선해양공학과는 이탈하려는 재학생을 막기 위해 지난달 별도 내규를 제정해 학생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과 측은 “전과 신청에 대한 자율권은 존중하지만 일부 학생은 우리 학과의 전공수업을 전혀 수강하지 않고 있다”며 “학과 소속감이 강한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학교 측은 전과를 희망할 경우 최소 한 학기 전에 지도교수와 상담하고 학과 사무실에 전과 의사를 미리 통보하도록 했다. 몰려드는 신청자를 줄이기 위해 전공수업 이수 학점과 성적 등으로 전과 인원을 제한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전공수업을 기피하는 상황을 막고자 기본 이수학점(13학점)도 신설했다.
지난 3년간 조선해양공학과에서는 입학정원(46명)의 4분의 1 수준인 12명이 전공을 바꿨다. 올해만 8명이 전과 신청을 했다. 이에 비해 조선해양공학과로 전과하겠다는 학생은 전무한 상황이다.
1946년 학교 설립과 동시에 개설된 조선해양공학과는 국내 조선사가 1순위로 모셔가는 우수인재를 70여년간 육성해왔다. 하지만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며 취업문이 좁아지고, 희망퇴직 등 고용이 불안해지자 기피학과로 전락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5월까지 채용한 신입사원은 사무기능직 26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주요 대학 조선해양공학과 취업률은 45%로 처음 50% 벽이 무너졌다.업계 관계자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졸업생 중 국내 대형 조선업체에 취직한 인원도 속속 다른 업종으로 회사를 옮기고 있다”며 “조선업은 일감 부족뿐만 아니라 인재 기근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