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100주년 사업예산 놓고 여야 충돌

野 "건국절 논란 초래" vs 與 "왜곡된 정파적 관점"
예결위 조정소위서 '역사논쟁'…예산 결론 못 내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원회가 20일 밤늦게까지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임시정부 100주년 사업예산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2019년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가 추진하는 사업예산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건국절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은 기념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업이지만, 신규사업일 뿐 아니라 현재 한창 역사학계를 비롯해 (각계에서) 핫이슈인 건국절 논란의 중심 사업"이라며 "국민 사이에 건국절과 관련한 엄청난 논쟁이 있는데 정부가 50억 원을 떼어서 민간단체에 보조를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보훈처 측은 이에 "민간단체에 주는 사업이 아니라 추진위원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사업 설명서에 민간단체로 돼 있는 것은 뭐냐"며 "(추진위가) 정부기관이냐, 어디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보훈처 측이 "대통령령을 만드는 단계"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견강부회 아니냐, 엄청난 국론분열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같은 당 경대수 의원도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3.1운동 기념사업이라는 것이 순수한 의도보다는 건국절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며 "그와 관련해 국론통합이 된다고 보느냐"며 거들었다.

여권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 시기로 보고 있지만, 보수진영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취임한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국절 얘기가 나오자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이 반발하고 나섰다.윤 의원은 "예산심사를 하는데 이렇게 왜곡된 정파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사업은 제목 그대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인데 어디 건국절이라는 용어가 있느냐, 어느 국민이 3·1 운동을 부정하고 임시정부를 부정하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박재호 의원은 "임시정부 100주년이면 국론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다"며 "이런 사업을 하는데 이념 문제가 나와서는 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여야 의원 간에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조정소위는 예산 삭감 등을 두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