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못 만난 시진핑 특사…북·중관계 악화되나

김정은, 중국 특사 방북때 공장 시찰한듯
면담 회피 가능성…시진핑 체면 구겨
강경화 외교 첫 방중…22일 왕이와 회담
< 시진핑 측근 訪韓 > 허이팅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총장이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허 부총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시 주석의 정책과 이념에 정통한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던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혈맹이었던 중국과 북한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시찰했다고 21일 보도했다. 통상 김 위원장의 일정이 끝난 뒤 소식을 알리는 북한 매체의 특성을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이전에 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경제현장 시찰 등을 이유로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방북한 쑹 부장과 면담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이 때문에 중국 관영 매체들도 중국과 북한 관계에 이상 징후가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북·중 관계는 한반도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설을 통해 “중국과 북한은 핵 문제에서 심각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중은 양당(노동당-공산당) 관계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냈지만 양국 관계가 밑바닥에 처해있다는 점도 일부러 숨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쑹 부장 방북 기사를 국제면 1단 크기로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2012년 11월엔 방북했던 리젠궈(李建國)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 위원장 회동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번에 쑹 부장이 방북 기간에 김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이 회동 사실을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어 두 사람 만남이 불발됐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날 중국을 방문했다. 23일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달 중국 방문과 북핵 해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